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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린 TPC 토론토 노스 코스의 14번 홀(파3)은 골프 코스에 아이스하키 링크를 가져온 듯 꾸며져 있다. 선수의 티샷에 팬들은 보드를 두드리며 열광한다. /AFP 연합뉴스


캐나다의 내셔널 타이틀 골프 대회인 RBC 캐나다 오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홀이 있다. 캐나다의 국민 스포츠(國技)인 아이스하키를 모티프로 해 ‘더 링크(The Rink)’라고 이름 붙이는 파3홀이다. 이 홀은 양쪽 티잉 구역을 하키 보드로 감싼 아이스하키 테마의 특별 홀로, 골리 헬멧을 티마커로 쓰고, 근처에는 잠보니 아이스 정빙차까지 배치돼 있다. 링크에 모인 팬들은 캐나다 국가를 합창하거나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떼창한다. 선수가 티샷을 하기 위해 등장하면 “헤이 베이비(Hey, Baby!)”를 외치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처럼 수퍼 스타가 등장하면 “올레! 올레! 올레! 올레!” 환호성이 오른다. 2025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TPC 토론토(북코스)에서는 14번 파3 홀에 마련했다.


공식적으로 144야드로 세팅된 파3 홀인데, 티잉 구역에서 그린까지 내리막 경사여서 한눈에 코스를 볼 수 있다.


프로 골프 대회는 선수와 캐디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사이드 로프(inside rope) 구역이 있다. 갤러리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로프를 설치하여 울타리처럼 조성된 구역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티잉 구역에서 페어웨이를 거쳐 퍼팅 그린에 이르는 공간이다.


하지만 골프 코스를 설계하면서 플레이 전용 공간으로서의 변별력 있는 코스 조성도 중요하지만 갤러리를 위한 공간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1970년대부터 싹텄다.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프로들을 위한 경기장(Tournament Players Club; TPC)으로서의 골프 코스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렇게 처음 조성된 골프 코스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다. 그린 주변이나 페어웨이 주변에 잔디 언덕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계단식 좌석(소위 amphitheater)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스타디움 코스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골프 대회가 열리는 골프 코스는 갤러리가 선수들의 플레이 공간 가까이로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대폭 개방하고 있다. 티잉 구역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전면만 빼고 개방되었고, 페어웨이는 근처의 러프까지 갤러리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퍼팅 그린 주변도 갤러리가 점령했다.


관중을 향해 공이 날아갈 때면 “포어(fore)”라고 외치는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갤러리와 선수들 플레이 공간은 가까워졌다.


점차 플레이를 지켜보기 좋은 곳에 인공적인 그랜드 스탠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닉스 오픈이 열리는 TPC 스코츠데일의 16번 파3 홀(The Coliseum·콜리세움 홀)이 대표적이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골프 코스에 집어넣은 셈이다.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고 야유하는 ‘해방구’가 근엄하기만 하던 골프 코스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캐나다 오픈의 ‘더 링크(The Rink)’는 TPC 스코츠데일의 해방구를 가장 ‘캐나디스러운’ 방식으로 변주한 홀이다.


2017년 RBC 캐나다 오픈에서 처음 시작했다. 당시 대회가 열린 글렌 애비 골프 클럽의 클럽 하우스 앞에 있는 파3 7번 홀 티잉 구역을 “ㄷ”자 모양으로 길게 감싸도록 링크 보드를 설치했다. 티샷을 티잉 구역에서 가까이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티 마커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안전모로 착용하는 헬멧 두 개로 설치했다.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마샬들은 아이스하키의 레프리 복장을 입도록 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 익숙한 캐나다 팬들은 링크 보드를 두드리며 열광했다.


​2017년 첫 링크 홀은 짧게(150야드) 조성되어 버디 기회가 많이 나왔다. 2018년부터 인 코스의 파3 홀에 200야드 이상으로 세팅되며 버디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2019년 대회에서는 213야드로 세팅되어 처음 출전한 매킬로이가 “세 타 만에 홀 아웃하면 만족할 만한 스코어”라고 실토했다.


이후로도 링크 홀은 길고도 어렵게(예를 들자면, 벙커로 보호되는 작은 그린으로 조성된 200야드 이상의 오르막 파3 홀) 세팅되어 선수들이 버디를 잡는 장면을 갤러리들에게 제공하지 못했다. 핀에 근접한 티샷이 없으니 환호할 기회도 드물었고, 버디가 안 나오니 그린에서 박수 칠 일도 드물었다. 캐나다 오픈은 올해 초심으로 돌아갔다. 올해 오픈 1라운드에서는 웨지로 공략할 수 있는 120야드로 세팅되어 버디 47개가 폭죽처럼 쏟아졌다. 보기는 5개에 불과했다. 평균 스코어 2.729타로 쉬웠다. 보드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열광하는 팬들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2025년 대회 조직위의 토너먼트 디렉터 라이언 폴(Ryan Paul)은 “올해 더 링크에서 첫 홀인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링크 홀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RBC 캐나다 오픈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 타이거 우즈는 1997 피닉스 오픈 3라운드에서 해방구로 널리 알려진 TPC 스코츠데일의 콜리세움 홀(16번 파3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우즈의 포효와 갤러리들의 광란의 환호성은 이 홀을 세계적인 홀로 각인시켰다.


RBC 캐나다 오픈의 명물로 자리 잡은 링크 홀에서도 골프 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흥미진진한 역사가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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