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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디오픈 챔피언십이 열린 로열 포트러시 16번 홀.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 재앙이 기다린다. /올댓골프


2025년 디오픈이 열린 로열 포트러시 골프 클럽은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링크스 코스다. 대서양의 찬 바람이 가끔씩 심술을 부리기도 하는 바닷가다. 골프의 메이저 대회 역사에서 몇몇 홀은 단순한 코스의 일부를 넘어서 ‘시험대’로 불린다. 코너라는 이름이 붙으면 더욱 그렇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멘 코너(11~13번)’에는 마스터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들로 가득하다.


스코티 셰플러가 20일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디 오픈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 우승으로 US오픈만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16번 홀에는 ‘재앙의 모퉁이(Calamity Corner)’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이 홀에서 수많은 참사가 생겼고, 언제든 다시 참사가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마추어 시절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맞바람이 부는 16번 홀에 서면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16번 홀은 파3가 아닌, 드라이버 티샷으로 원 온을 노릴 수 있는 파4 홀(Short and drivable par 4 hole)이라고 했다.


올해는 236야드로 세팅됐다. 디오픈 개최 코스 중 가장 긴 파3 홀은 아니다. 2024 디오픈이 열린 로열 트룬의 17번 홀은 242야드였고, 2018년 디 오픈의 카누스티 16번 홀은 248야드였다. 하지만 로열 포트러시의 16번 홀은 협곡(Chasm)을 건너는 티샷을 해야 한다. 바람이 불면 생각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16번 홀은 1933년 영국의 전설적인 설계가 해리 콜트가 재설계한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로열 포트러시의 시그니처 홀이자,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우뚝 서 있는 홀이다. 티잉 구역에 서면 심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오른 쪽은 러프지대로 40-50 야드 절벽이다. 이곳으로 공을 보내면 더블 보기 이상의 재앙이 순식간에 발생한다. 2025 디 오픈 1라운드에서 오른쪽 협곡으로 티샷을 보낸 덴마크의 니클라스 뇌르가드는 결국 더불 보기를 기록했다. “가장 두려워했던 16번 홀이 나를 무너뜨렸다”고 탄식했다.


왼쪽으로 티샷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서는 스코어를 줄일 수 없다. 1951 디 오픈에서 남아공의 보비 로크(Bobby Locke)는 4라운드 내내 그린 왼쪽 밑, 조그만 사발 모양으로 움푹 파인 우묵한 곳으로 티샷을 보냈고 나흘 동안 파를 지켜냈다. 이러한 서사로 이 곳을 로크의 할로우(Locke’s Hollow; 볼이 모이는 우묵하게 파인 낮은 지대)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린의 왼쪽편을 겨냥해 티샷을 한다. 그린을 놓치는 실수를 하더라도 공은 할로우로 모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파를 세이브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티샷을 그린 위에 올려도 방심은 금물이다. 2019년 대회 1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는 티샷을 그린에 올리고도 4퍼트로 더블 보기를 하면서 무너졌다. 매킬로이는 “짧은 퍼트 실수가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자책했다. 결국 2라운드에서 컷탈락했다.


2019년 대회에서 16번 홀 버디는 24개에 불과했다. 세 번째로 어려운 홀이었다. 올해 디오픈에선 버디 38개, 보기 103개, 더블 보기 11개로 난도 5위였다. 이처럼 16번 홀은 ‘재앙이 모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통계를 남겼다. 타이거 우즈는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16번 홀을 두고 세 단어로 “이홀은 어렵다(That’s hard.)”고 규정했다.


하지만 올해 셰플러는 16번 홀을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여유있게 4타차 우승을 차지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16번 홀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제외하고 1~3라운드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았다.


‘재앙의 모퉁이’라는 명성에 주눅들지 않고 레이저같은 샷으로 홀을 공략한 덕분이다. 올해 나흘간 16번 홀의 평균 스코어는 3.192타였다. 기존의 악명에 비하면 무난한 스코어라 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파나 파보다 나쁜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걸 보여준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Bobby Jones)는 “최고의 해저드는 바로 두려움”이라고 설파했다. 두려움에 사로 잡힌 선수의 스코어 카드는 난파(card wrecker)하고 만다. 대부분 선수가 16번 홀에서 파를 지키고는 “재앙의 모퉁이를 벗어났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올해처럼 날씨가 좋고 바람이 적은 상황이라면 16번 홀은 공략의 대상이라고 판단한 셰플러는 버디 파티를 즐겼다. 그만한 샷 능력을 지녀야 가능한 일이지만 공격과 수비의 미묘한 균형을 간파하는 능력에서도 셰플러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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