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트래블래스 챔피언십서 첫 우승에 도전했던 잉글랜드의 토미 플리트우드가 마지막 홀 보기로 우승을 내주고 나서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올해 라이더컵 단장인 ‘캡틴 아메리카’ 키건 브래들리(36)가 159번째 경기만에 PGA투어 첫 승을 바라보던 잉글랜드 골퍼 토미 플리트우드(34)를 마지막 홀에서 이겼다. 브래들리가 버디를 잡고, 플리트우드가 보기를 범하면서 승부가 뒤집혔다.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냉혹한 이치에 미국 홈팬들은 열광했고, 준우승만 5번 한 플리트우드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던 적지 않은 팬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23일(한국 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이랜즈(파70·6천84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시그니처 이벤트(특급대회)인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브래들리는 18번 홀(파4)을 앞두고 플리트우드에 1타 뒤져 있었다. 298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그는 138야드를 남기고 피칭 웨지로 홀 1.6m에 공을 붙였다. 3타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나섰던 플리트우드는 홀까지 148야드를 남기고 친 아이언 샷이 약간 짧아 그린에 오르지 못했다. 공을 치기 전 아이언을 9번 아이언에서 한 클럽 짧은 피칭 웨지로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실책이 됐다. 16번 홀(파3·155야드)에서 아이언 티샷이 그린을 넘기면서 보기를 한 것에 영향을 받았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홀까지 15m 남짓 떨어진 이 곳에서 3퍼트를 했다. 첫번째 퍼팅이 브래들리가 공을 마크한 곳에 약간 못미쳐 거의 정확하게 퍼팅 라인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경기 내내 브래들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던 미국 팬들은 브래들리가 버디를 잡으며 믿기지 않는 역전극에 성공하자 “USA!”를 연호했다. 브래들리의 최종 스코어는 15언더파 265타. 우승 상금은 360만달러(약50억원)
플리트우드는 이 홀에서 칩인 버디를 기록한 러셀 헨리(미국)와 함께 14언더파 266타 공동 2위가 됐다
브래들리는 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했고, 오는 9월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 단장이자 선수로 나설 가능성을 높였다. 브래들리는 지난해 7월 라이더컵을 공동주관하는 미국프로골퍼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로부터 미국팀 단장으로 선임됐다. 당초 라이더컵 단장으로는 타이거 우즈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우즈는 심각한 부상에서 재활중이고 PGA 투어와 새로 출범한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고사했다. 브래들리는 투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단장 선임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8월 플레이오프 2차전인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마다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감투가 좋은 의미로 사람을 바꿨다는 말까지 나왔다.
브래들리는 2011년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PGA투어 8승을 올렸다. 라이더컵에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출전했다. 2023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패배한 미국은 올해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세계랭킹 17위인 플리트우드는 유럽프로골프투어인 DP 월드투어에서 7승을 거뒀을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지닌 선수다. PGA 투어에서도 이번 대회까지 159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 준우승, 5차례 3위를 기록했고 톱10은 42차례나 진입했다.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만 3000만달러를 넘어 ‘우승 없는 선수 중 최다 상금’ 1위’ 기록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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