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슨 디섐보(왼쪽 두번째)가 이끄는 크러셔스 GC 팀이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시상식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촬영용 드론이 주요 경기 장면을 잡기 위해 선수와 팬들 머리 위를 맴돌았다. 많은 갤러리가 열광하는 모습이 하늘에서 새가 바라보는 듯한 각도로 골프장 내 대형 전광판과 중계 방송을 통해 비춰졌다. 그리고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계약금을 주고 영입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욘 람(스페인), 필 미켈슨(미국) 등 스타 선수들이 화면을 장식했다. 한국에서 처음 대회를 연 LIV골프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골프에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해 ‘대안 골프’를 선언한 LIV골프 슬로건은 “Don’t Blink(눈 깜빡할 새도 없다)” “Golf, but Louder(골프지만, 더 시끄럽게)”이다.
이날에만 1만5000명이 몰리는 등 대회가 벌어지는 사흘간 3만5000여 명이 LIV 골프 현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LIV골프는 관람객 수를 공식 집계하지 않는다. 최종 라운드 입장권은 15만원이었다. 경기 후에는 지드래곤, 아이브, 다이나믹 듀오, 거미, 키키 등 유명 가수 무대가 이어졌다.
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7376야드)에서 열린 LIV골프 코리아(총상금 2500만달러)는 두 차례 US오픈에서 우승한 ‘필드 위의 과학자’ 디섐보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였던 디샘보는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3라운드 합계 19언더파 197타로 2위(17언더파) 찰스 하월3세(미국)를 2타 차로 제쳤다. 디섐보는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달러와 단체전(크러셔스 GC) 우승 상금(300만달러)의 4분의 1인 75만달러를 더해 475만달러(약 67억원)를 벌어들였다. PGA투어 9승(메이저 2승 포함)을 거둔 디섐보는 LIV골프에서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한 디섐보는 1타 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가다 17번 홀(203야드·파3)에서 14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18번 홀(파5)에서는 물을 가로지르는 대담한 티샷이 361야드를 날아갔지만 페어웨이 경사면을 맞고 페널티 구역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공을 칠 수 있는 위치였고 홀까지는 불과 160야드. 투온에 성공한 디섐보는 투 퍼트로 버디를 잡으며 2타 차 승리를 확정했다. 전 세계 1위 욘 람은 공동 7위(8언더파)였다. 한국 국적 선수로 처음 LIV골프에 진출한 장유빈은 54명 가운데 공동 48위(5오버파)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 대체 선수로 출전한 김민규는 공동 42위(2오버파)였다. 교포 선수인 앤서니 김(미국)은 53위(11오버파), 대니 리(뉴질랜드)는 54위(12오버파)로 부진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디섐보는 처음 한국에서 대회를 연 LIV골프가 성공적으로 열리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우승을 다투는 마지막 날 1번 홀 티잉 구역에서 많은 팬에게 사인을 하고 홀을 이동할 때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팬 친화적인 태도로 인기를 끌었다. 골프 기계로 샷을 하듯 두 팔을 쭉 편 채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그의 스윙도 흥미로웠다. 디섐보는 “마치 고향에 온 듯 환대를 받았다. 너무 맛있어서 매일 저녁 갈비를 먹었다. 내년 대회에도 꼭 오겠다”고 했다.
디섐보는 골프 유망주들에게 조언도 했다. “매일 1%씩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마음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15~16세 때 트레이너와 근력 운동을 하면서 주 3회 30~50개씩 드라이버 샷 스피드 훈련을 하고 웨지 훈련에 들어가면 좋다”고 강조했다.
디섐보는 15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을 앞둔 각오도 밝혔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LIV골프에서 함께 뛰는 욘 람, 호아킨 니만 등 뛰어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만큼 최선의 준비를 해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마스터스에서 경쟁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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