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둔 이민지(29)의 동생인 이민우(27·이상 호주)는 3월 30일(현지 시각)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메모리얼 파크 골프 코스(파70·7475야드)에서 열린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총상금 950만달러)에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게리 우들런드(미국)를 1타 차이로 꺾었다. 우승 상금은 171만달러(약 25억원). 남매 골퍼가 각각 PGA 투어와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건 1990년 케이시와 빌 크래처트(미국) 남매, 1999년 재키와 짐 갤러거(미국) 남매에 이어 세 번째다.
2025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에서 PGA투어 첫 승리를 거둔 이민우. /PGA투어
이민우는 “Let Him Cook”이라는 소셜미디어 밈(meme)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PGA투어를 통해 첫 우승의 감격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대한 기대감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민우의 이야기.
“우승이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제가 우승을 차지해낸 과정 또한 너무 자랑스럽다. 정신적으로 고된 싸움이었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PGA 투어에서의 우승이 목표 중 하나였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승리와 패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 말을 공감할 수 있었다. 저는 항상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5번 홀에서 트러블 샷을 준비하는 이민우의 모습. /PGA투어
다만 우승을 위해서는 정신력이 관건이었다. 자주 우승하는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높은 집중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이번에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휴스턴 오픈 마지막 날 4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스코티 셰플러의 맹추격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었던 게 자랑스럽다.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린 실수를 빼면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다시 티샷을 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보기로 막았고, 이어서 두 개의 훌륭한 파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솔직히 너무 긴장한 탓에 완전히 침착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 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제 캐디 브라이언 마틴은 “괜찮아, 숨 한번 크게 쉬고 가자”라고 격려해주었다.
돌이켜보면, 18번 홀 그린 밖에서 했던 퍼트가 좋았던 것 같다. 주말 내내 친 퍼트 중에서 가장 잘 쳤고, 우승을 결정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와 우리 팀 모두가 힘을 합쳐 대회를 마무리하고 1타 차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날 밤 라스베이거스 집으로 돌아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앤아웃 버거로 승리를 자축했다. 우연히 누나(이민지 프로)가 대회 참가를 위해 집 근처로 왔고, 다음 날에는 누나와 친구 잭과 리치 그리고 제 여자친구와 코치님 이렇게 다 같이 근사한 저녁 식사를 했다.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저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라 정말 소중했다.
세계 랭킹 22위가 된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세계 골프 랭킹에서 호주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라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늘 다른 호주 선수들을 우러러봐 왔고 지금도 그렇다. 저는 여전히 18살, 19살, 20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고, 여전히 꿈을 쫓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다.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신기하기만 하다. 제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사람들이 골프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음 도전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정말 좋아한다.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즐겁고, 이번에도 멋진 대회가 될 것 같다.
좋은 경기력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작년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로 경기를 했는데도 공동 22위를 기록했다. 물론 모든 라운드를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도전은 아닐 것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예상치 못한 변수와 큰 스코어 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코스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선배 선수들은 저에게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연습 라운드에도 엄청난 관중이 모여들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코스도 환상적이고 시설도 최고 수준이라 계속 머물고 싶어 진다. 제 페이스와 루틴을 지키면서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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