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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사랑한 동양화가 김영화의 특별한 전시회 작품. /김영화 화백

김영화 화백은 골프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철학적 공간으로 바라본다.


조선 시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단원 김홍도의 9대손인 그는 동양화의 전통 기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묵과 색채를 활용한 깊이 있는 표현과 여백의 미학을 서구적 조형 언어와 결합하며,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회화 스타일을 창조했다. 2월 19일부터 3월 22일까지 인천 갤러리 파이 영종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예술의 결, 골프의 선, 순간의 빛: 과거와 현재 하나가 되다’* 라는 타이틀 아래, 1999년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골프와 예술, 명상과 회화의 융합을 추구하는 김 화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영화 화백. /올댓골프

-폭넓은 작품 세계 가운데 골프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나는 골프에서 내 마음의 고향을 찾았다. 나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문경 동로면이라는 작은 산골에서 자랐다. 아침이면 안개가 내려앉은 능선을 따라 걸었고, 계절마다 변하는 숲의 색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달랐다. 회색빛 도시의 빌딩 숲은 나를 점점 지치게 했고,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골프를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 처음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골프장을 찾았을 때, 나는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코스, 굳건하게 서 있는 소나무, 그리고 바위와 연못이 어우러진 풍경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특히, 내가 처음 ‘머리 올린’ 날은 5월 말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나를 축복하는 듯했다. 그날, 나는 썬밸리 CC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한 그루의 소나무를 만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클럽을 잡기 전에 먼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프를 쳤다. 놀랍게도, 나는 처음 골프를 하는 사람이 파를 몇 개나 기록했다. 동반자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제야 ‘파’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7번 아이언이 내 손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작은 공이 내 의지대로 날아가는 순간, 나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골프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지금도 라운드가 있는 날이면 밤잠을 설칠 만큼 설렌다. 내가 사랑하는 산천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작은 공 하나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의 고향이며, 나를 치유하는 또 하나의 예술이다.”


골프를 사랑한 동양화가 김영화의 특별한 전시회 작품. /김영화 화백


-골프에서 무엇을 떠올리나?


“내가 골프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다. 나만의 색감과 감각으로 자연을 새롭게 해석한다. 때로는 붉은빛으로 물든 산을 그리기도 하고, 노랗게 빛나는 페어웨이를 펼치기도 한다. 푸른 잔디 위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곡선을 닮은 그린을 그리고, 그 곁에는 늘 한 그루의 소나무를 세운다.


골프 코스가 부드러운 여인의 몸과 같다면, 나는 소나무를 그 속에 자리한 남성이라 생각한다. 바람을 이겨내며 굳건히 서 있는 소나무는 강인한 에너지를 상징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코스와 만나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내 그림 속에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음양의 조화가 담긴다.


자연에는 하늘과 땅이 있고, 모든 존재는 음과 양이 어우러질 때 가장 큰 에너지를 발산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빛과 어둠, 강함과 부드러움, 동적 에너지와 정적인 균형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그림 속에 언제나 이 조화를 담아낸다. 내가 그리는 골프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원리를 담고, 삶의 균형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적 철학이다.”


골프를 사랑한 동양화가 김영화의 특별한 전시회 작품. /김영화 화백

-특별한 영감을 갖게 된 순간이 있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 선수는 타이거 우즈(Tiger Woods)다. 검은 피부에 붉은 상의를 입고 초록빛 그린 위에서 스윙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그 시기가 내가 골프를 가장 열정적으로 쳤던 때와 맞물려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성 골프 선수 중에서는 안니카 소렌스탐(Annika Sörenstam)을 좋아했다. 그녀가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직접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 골프 그림 속에 그녀의 모습을 담아 선물했다. 평소에 어떤 선물도 받지 않는다는 소렌스탐이 내 그림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아마도 그림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감각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만든 트로피도 받아갔다는 사실은, 골프 화가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 중 하나였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골프 코스는 미국의 페블비치(Pebble Beach)다. 2019년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펼쳐진 장대한 풍경에 또 한 번 놀랐다. 광활한 대서양을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골프장, 그것은 자연과 골프가 하나가 되는 완벽한 조화였다. 외국인들이 골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즐기는지, 그들이 일상 속에서 골프를 얼마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직접 보면서, 나는 스케치북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현장에서 갤러리로 경기를 관람하고, 골프 문화의 깊이를 직접 경험하며 스케치로 기록했던 그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골프와 예술은 닮아 있다. 한 번의 스윙, 한 번의 붓 터치, 그리고 순간의 감각이 영원한 작품으로 남듯이, 나는 앞으로도 골프의 감동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다.”


골프를 사랑하는 동양화가 김영화의 특별한 전시회 작품. /김영화 화백


-에로스가 느껴지는 작품이 적지 않다.


“골프와 에로스(Eros), 이 두 가지는 의외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전시회의 주제를 *“에로스와 생명성”*으로 정했다. 남녀가 사랑하는 곳에 생명이 태어나듯, 나는 골프 코스에도 새로운 생명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친 사람들이 그곳에서 치유받고, 다시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으며, 때로는 사랑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코스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18홀의 흐름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본다. 우아한 곡선이 살아 있는 페어웨이는 마치 아름다운 여체를 닮았고, 때로는 굳건한 산세와 같이 남성적인 코스가 도전적으로 펼쳐진다. 여인이 강한 코스에 도전하듯, 남자는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나아가듯, 골프에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유혹이 교차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휘어진 홀의 곡선들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골프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순간들—특히 버디나 홀인원을 할 때의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이 그린 밖에서 홀컵으로 곧장 빨려 들어갈 때, 사람들은 황홀한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순간적인 기쁨일지도 모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골프 홀컵의 크기이다. 108mm, 이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 자궁의 크기와 같다는 설이 있다. 그렇기에 골프에서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순간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흐름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사랑, 도전과 성취,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생명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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