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1일생인 이효송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골프의 길로 들어섰다. 손녀딸을 골프의 길로 이끌어주고 매니저 역할까지 하시던 할아버지는 이효송이 초등학생 때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자 밭으로 쓰던 집 앞마당을 미니 골프장으로 만들어 주는 등 정성을 쏟았다. 그린뿐 아니라 벙커까지 갖춘 이곳에서 이효송은 쇼트게임과 퍼팅을 연마했다.
이효송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해 아마추어 무대에서만 개인전 우승 트로피 43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 컵(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짜릿한 7타 차 대역전 우승을 일궜다. 이효송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내며 한국과 일본의 쟁쟁한 골프 여왕들을 제치고 JLPGA투어 역대 최연소(15세 176일) 우승을 차지했다.
이효송이 놀라운 샷 정확성과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으로 프로 대회 우승까지 거머쥐자 10대 나이에 뿔테안경을 쓰고 세계 정상에 올랐던 ‘골프 천재’ 리디아 고(28)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들에게는 성적과 상황에 따라 주변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린다.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JLPGA 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이효송은 프로 전향 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고등학교도 마치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프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효송은 “그래도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을 다 뛰지도 않았고, 올해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1위를 목표로 긴 여정을 향해 가야 하는 이효송에게는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5년 전 리디아 고가 LPGA투어를 통해 열다섯 살 자신에게 쓴 편지에는 마치 이효송을 위한 당부 같은 말이 담겨 있다.
“네가 어리다고 해도 너는 하나의 인격체야. 홀로 서는 일에는 책임감이 따르게 돼. 네가 내리는 결정은 온전히 네 몫이야.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은 짜릿하고 네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거야. 그러나 겪게 될 변화,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 겪게 될 고생, 결정해야만 할 어려운 선택들과 씨름하는 일들도 네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 줄 거야.
리디아, 친근하고 호감을 줄 수 있는 네 성격을 계속 가져가면 좋겠어. 사람들이 듣자마자 너인 것을 알 수 있는 웃음은 절대 변하면 안 돼.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게 될지 걱정하지 마. 항상 ‘너 자신’이 되도록 해. 그렇게 하면 ‘브랜드’ ‘이미지’ ‘기회’ ‘존재감’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 네가 되도록 해. 그리고 행복해. 그러면 다른 건 다 잘될 거야.”
이시우 코치는 “어린 나이에 우승하고 주목받는 건 흔하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더 주변의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본인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서 체계적인 패턴으로 골프를 해 나갔으면 좋겠다. 해가 거듭할수록 더 빈틈없이!”라고 조언했다.
이효송은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이고 볼을 정확하게 맞히는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확실한 JLPGA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티샷을 잘해놓아야 경기를 뜻하는 대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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