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골프 경기라면 상상할 수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2승으로 통산 최다승 타이 기록을 지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인공. 모친상 이후 처음 경기에 나선 우즈는 TGL(실내 스크린 골프리그) 경기에서 남은 거리 199야드를 99야드로 착각해 턱없이 짧은 샷을 치는 실수를 했다. 우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20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소파이 센터에서 열린 TGL 경기 주피터 링크스 GC와 뉴욕 GC의 대결. 우즈는 캐머런 영과 싱글매치를 벌이던 13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하다가 마침 옆에 서있던 친구 롭 맥나마라에게 남은 거리를 물었다.
개인 캐디를 동반하지 않는 이 경기에서 우즈의 각종 사업을 도맡아 수행하고 PGA투어에서 우즈의 캐디도 가끔 했던 맥나마라는 ‘99’이라고 했다. 대부분 캐디들이 100야드가 훨씬 넘는 거리가 남았을 때는 앞 숫자를 빼고 불러준다. ‘199야드’가 남았는데 ’99′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를 실제 99야드가 남았다는 의미로 알아들은 우즈는 6번 아이언을 쳐야 할 거리에서 56도 웨지로 샷을 날렸다. 볼은 90야드도 안되는 82야드만 날아갔다. 우즈는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그의 팀원들인 김주형과 케빈 키스너(미국)는 골프 황제의 어이없는 실수에 폭소를 터뜨렸다. AP통신은 “캐디들은 종종 거리가 확실한 경우 첫 번째 숫자를 생략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우즈에게 명확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우즈는 홀을 마치고 중계 방송사인 ESPN에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 중 하나가 방금 발생했다”며 “99야드라고 들었다. 그래서 나가서 그대로 쳤다”고 겸연쩍어했다.
우즈, 키스너, 김주형이 나선 주피터 링크스GC는 영,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 리키 파울러(미국)가 출전한 뉴욕 GC에 3-10으로 졌다.
지난달 15일 TGL 경기에 처음 출전해 팀 패배를 막지 못했던 우즈는 1월 28일 두 번째 출전 경기에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애덤 스콧(호주), 키건 브래들리(미국)로 구성된 보스턴 커먼 골프를 꺾고 승리한 바 있다. 주피터 링크스 GC는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지난 5일 타계한 우즈의 모친 쿨티다를 기리는 빨간 배지를 모자에 달았다. 우즈는 경기전 “어머니는 내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정말 즐기셨고 그 시간은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며 “오늘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이 새롭다”고 했다. 뉴욕은 25일 콜린 모리카와의 로스앤젤레스 골프클럽과 경기하고 주피터는 26일 3연승으로 선두인 더 베이 골프클럽과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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