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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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잰더 쇼플리가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Steter Tropfen höhlt den Stein)’. 최종일 72번째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106회 PGA챔피언십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잰더 쇼플리(31·미국)는 경기 전날 아버지가 보내준 독일어 문자를 공개했다. 충분한 노력을 했으니 뜻이 이뤄질 것이란 의미였다. 이 부자는 영혼의 짝이다. 젊은 시절 독일 10종 경기 대표 선수였던 그의 아버지 슈테판은 팀 훈련 캠프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눈 시력을 잃으면서 올림픽 꿈을 접었다. 하지만 클럽 프로로 활동하며 아들 잰더를 PGA 투어 선수로 키워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아들이 금메달을 따내며 함께 꿈을 이뤘다. 쇼플리에게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내가 또다시 뒷심 부족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가 많았지만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20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7609야드)에서 열린 남자 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8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한 쇼플리는 시종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홀이 거듭될수록 수만 관중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18번 홀(파5)에서 쇼플리는 메이저 챔피언이 되기 위한 마지막 자격 시험을 치르듯 까다로운 상황을 맞았다. 이날 7타를 줄이며 먼저 경기를 끝낸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와 17번 홀까지 같은 타였다. 디섐보는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보며 혹시 모를 연장에 대비했다.

쇼플리의 강력한 티샷이 325야드를 날아갔다. 하지만 공이 벙커 턱 가장자리 잔디에 놓여 모래에 스탠스를 잡아야 했다. 홀까지 247야드. 균형을 잃으면 자칫 공은 해저드에 빠질 수 있었다.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219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그리고 36야드를 남기고 친 어프로치 샷을 홀 2m에 붙였다. 홀 왼쪽 안쪽으로 향한 버디 퍼트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자아내며 한 바퀴 돌더니 ‘쏙’ 사라졌다.

엄청난 함성이 골프장을 울리는 가운데 쇼플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쇼플리는 1라운드에서 62타(9언더파)로 메이저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단독 선두로 출발해 마지막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차지했다. 쇼플리는 2023년 US오픈 1라운드에서도 62타(8언더파)로 최저타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당시엔 공동 10위로 마쳤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쇼플리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1언더파 263타는 4대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5년 PGA 챔피언십 제이슨 데이(호주), 2016년 디오픈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2020년 마스터스 더스틴 존슨(미국), 2022년 디오픈 캐머런 스미스(호주)의 20언더파였다. 쇼플리는 2022년 7월 스코틀랜드 오픈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추가하며 통산 8승째를 따냈다. 그는 조던 스피스(31), 저스틴 토머스(31)와 함께 대학 시절부터 이름을 알린 ‘미국 골프 황금 세대’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놓친 적이 워낙 많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이번 대회까지 175 개 대회에서 우승 8번에 준우승 14번, 3위 9번, 5위 이내 43번이었다. 쇼플리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2018년 디오픈과 2019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쇼플리는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도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에게 역전패를 당해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부터 쇼플리의 스윙 코치를 맡은 크리스 코모는 “메이저 우승을 위해 비거리를 늘리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쇼플리만큼 스윙 이론에 정통한 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와이에 머물던 아버지 슈테판은 메이저 챔피언인 된 아들과 축하 통화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쇼플리는 평소 “코즈모폴리턴(세계인)이기 때문에 세계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난 프랑스 혈통이 섞인 독일인이다. 일본계인 어머니는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다. 그래서 대만과 일본에 모두 친척들이 살고 있다. 대학 동창으로 7년 열애 끝에 결혼한 아내 마야의 어머니도 일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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