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Steter Tropfen höhlt den Stein)’. 20일(한국 시각)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발할라 골프클럽(파71·7609야드)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8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잰더 쇼플리(31·미국)는 경기 전날 아버지가 보내준 문자(독일어)를 공개했다. 충분히 노력했으니 뜻이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부자(父子) 간 교감이 결실을 본 걸까. 공동 선두로 출발한 쇼플리는 이날도 시종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압권은 18번 홀(파5). 1라운드에서 62타(9언더파)로 메이저 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 동률을 기록하면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그는 마지막 날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이날만 7타를 줄이며 먼저 경기를 끝낸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였다. 쇼플리는 17번홀을 마친 상태에서 디섐보와 동률이었다. 그리고 18번홀 티샷을 날렸다. 325야드를 날아갔다. 하지만 공이 벙커 턱 가장자리 잔디에 놓여 모래 위에 서야 했다. 홀까지 247야드. 균형을 잃으면 자칫 공은 해저드에 빠질 수 있었다.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219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36야드를 남기고 친 어프로치 샷은 홀 2m에 붙었다. 이제 챔피언 퍼트. 홀 왼쪽 안쪽으로 향한 공은 한 바퀴 돌더니 기어이 들어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었다.
5월 20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발할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잰더 쇼플리가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고 있다.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쇼플리는 이번 대회를 21언더파 263타로 마무리했다. 4대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5년 PGA 챔피언십 제이슨 데이(호주), 2016년 디오픈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2020년 마스터스 더스틴 존슨(미국), 2022년 디오픈 캐머런 스미스(호주) 20언더파였다. 쇼플리는 2022년 7월 스코틀랜드 오픈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추가했다. 통산 8승째. 그는 ‘준우승 전문’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있다. 지금까지 175개 대회에서 우승 8번, 준우승 14번, 3위 9번, 5위 이내 43번이었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2018년 디오픈과 2019년 마스터스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마스터스는 타이거 우즈가 부활의 우승을 차지했던 그 대회다. 지난주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도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에게 역전패를 당해 2위로 대회를 마치기도 했다. 스윙 코치 크리스 코모는 “메이저 우승을 위해 비거리를 늘리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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