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골프용품 클럽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비거리가 몇 야드 늘고, 지난번보다 빗맞아도 똑바로 간다는 홍보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입담 좋은 이들은 “매년 늘었다는 비거리를 다 합하면 이제 드라이버를 500야드쯤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실제는 어떨까? 올해는 어떤 클럽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까? 코로나19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던 골프용품 시장은 2023년 평균 20~30% 내림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조정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수적으로 변한 골퍼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좀 더 솔깃하고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월 16일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지금이 젝시오 할 시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2024년 젝시오 신제품 클럽 ‘올 뉴 젝시오’를 공개했다. 2000년부터 2년마다 신제품을 내놓은 젝시오(XXIO)의 13번째 모델이다. 이 자리에는 젝시오 앰배서더인 골프 선수 박인비와 김하늘이 나왔다. 일본 던롭에서는 젝시오 시리즈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개발한 오야마 히토시씨와 이구치 고타로씨도 참석했다.
젝시오는 쉽고 편한 골프를 표방하는 브랜드다. 이 자리에서 만난 오야마씨와 이구치씨에게 2000년 처음 내놓은 젝시오 첫 제품과 비교해 올해 제품의 성능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문과 출신인 이구치씨는 기획 담당이고 물리학과 출신인 오야마씨는 개발을 담당했다. 이구치씨는 “2년마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3~4야드씩 비거리를 늘려왔다. 똑같은 조건으로 테스트할 경우 2000년 1대 젝시오 모델의 드라이버에 비해 올해 13대 신제품이 50.7야드 더 나간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오야마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반발계수 제한 규정을 지키면서도 클럽 페이스의 반발력을 높이고 골퍼가 공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도록 클럽이 돕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번 13대 젝시오의 신기술은 바이플렉스(BiFLEX) 페이스를 통해 반발력을 높였다. 클럽을 트램펄린처럼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 가장자리 부분의 강성을 높여 견고한 트램펄린 프레임을 만들고, 페이스 중앙은 반발력이 뛰어난 트램펄린의 가운데 천처럼 만든다. 공이 페이스 어느 곳에 맞더라도 반발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고반발 영역을 확대해 잘못 쳐도 비거리 손실을 줄였다. 여기에 항공기 날개에서 착안한 에어로다이내믹 설계인 액티브윙(ActivWing)을 2개로 늘렸다. 액티브윙은 공기 흐름을 더욱 안정시켜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클럽의 흔들림을 줄여 정확한 임팩트를 돕는다. 이전 모델보다 공이 정확하게 맞는 정타율이 11%나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클럽용품사들은 드라이버 페이스에 신소재를 적용하고 반발력이 높은 디자인으로 반발계수를 높이는 경쟁을 벌였다. 고반발 드라이버가 규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8년,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실골프협회(R&A)에서 골프 클럽의 반발계수 허용치를 규정해 반발계수(COR)가 0.830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규정 반발계수를 넘어서는 클럽은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반발계수가 0.01이 증가할 때마다 비거리는 2야드씩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제약이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2000년대 후반부터 적용되자 골프 클럽 개발은 고난도 예술이 됐다. 반발계수가 같더라도 클럽 헤드의 모양과 무게 배분을 통해 최적의 비거리가 나오도록 추구했다. 박인비는 2011년 젝시오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제외하고는 21승 가운데 20승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젝시오와 함께했다. 박인비는 “젝시오와 13년간 함께하며 많은 것을 이뤘다. 10번째 시리즈부터 스위트 스폿이 크게 넓어진 것을 느꼈고, 이번에는 기존 모델보다 날렵해진 디자인과 흐트러진 스윙을 잡아줄 관용성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캘러웨이, 페이스 전체가 스위트 스폿 기능
캘러웨이골프(이하 캘러웨이)는 실제 골퍼 스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패러다임 Ai 스모크 패밀리’를 1월 19일 내놓았다. 전 세계 다양한 골퍼들의 실제 스윙 자료를 기반으로 스위트 스폿을 클럽 페이스 전체로 넓힌 ‘Ai 스마트 페이스’ 개념이 눈에 띈다. ‘Ai 스마트 페이스’는 골퍼들의 스윙 자료를 기반으로 캘러웨이의 슈퍼컴퓨터가 수년간의 머신 러닝을 통해 페이스 전체가 스위트 스폿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수백만 개의 작은 스위트 스폿인 마이크로 디플렉션으로 구성된 페이스를 통해 임팩트 때 공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더라도 최적의 발사 조건과 스핀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으로 관용성을 크게 높였다. 캘러웨이의 머신 러닝과 함께 실제 골퍼 스윙 데이터 기반으로 제작된 5만 개의 프로토타입 페이스 샘플 테스트로 모델별 헤드 페이스가 다르게 디자인됐다. 결과적으로 스위트 스폿이 페이스 정중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페이스 전체가 스위트 스폿이 되는 효과를 제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골프 클럽이 높은 관용성을 가지려면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이하 MOI) 수치를 높여야 한다. 물리학 용어인 MOI는 특정 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하는 물체의 방향 변화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값이다. 골프 클럽에서는 공을 칠 때 클럽 헤드가 뒤틀리는 것(토크)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관용성이 좋을수록 골프공이 클럽 헤드의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맞더라도 클럽의 뒤틀림이 최소화돼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날 공이더라도 코스에 살아남게 된다.
테일러메이드는 1월 10일 신제품 드라이버 Qi10 시리즈를 내놓으며 “첨단 경량 소재 사용, 혁신적인 헤드 모양과 전략적인 무게 배치를 통해 역사상 가장 높은 MOI, 뛰어난 관용성을 갖춘 드라이버”라고 강조했다.
테일러메이드, 핑도 ‘볼의 직진성’ 강화
Qi10은 1만MOI(10K MOI)라는 의미를 담았다. MOI는 헤드의 직진성을 높여 볼의 휘어짐을 억제하는 관용성을 의미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방향성이 좋다. 테일러메이드 제품 제작 부사장 브라이언 바젤은 “테일러메이드는 한계를 넘어서며 혁신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10K MOI를 달성한 것은 테일러메이드의 오랜 역사에서 업계를 발전시킨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하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개인적으로 직선으로 깨끗한 톱라인을 좋아하는데 내가 원하는 드라이버 형태다. 더 멋지고 빠르지만, 관용성까지 좋다”고 했다.
핑골프도 같은 날 관용성 ‘10K’ 제품을 발표했다. 이전 모델인 G430 MAX를 개량한 G430 MAX 10K다. 핑은 주말 골퍼의 OB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높은 관용성 모델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드라이버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핑골프는 “G430 MAX 10K는 방향성에 고민이 많은 아마추어를 위해 더 특별하게 제작된 고성능 클럽이다. 최적화된 저중심 설계와 역대 최대 관용성, 비거리 증가, 타구감까지 완벽하게 더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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