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성은 뛰어나지만, 비거리가 짧아 ‘또박이’라 불리던 박정훈(수성방통고 2)은 지난 연말부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지만, 주요 대회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체격이 작고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첫날 공동 3위로 출발했지만, 공동 22위로 마치며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아쉬움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지난 1년간 체중 12kg을 늘리고 드라이버 거리(280m·306야드)는 20m나 늘인 박정훈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골프 대회인 허정구배 제69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대한골프협회·삼양인터내셔날 주최)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전날 1타차 선두였던 박정훈은 8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나흘 내내 유일하게 60대 타수를 기록한 박정훈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한 2위 임태영(9언더파 275타·수원중 3)을 3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렸다.
허정구배 제69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박정훈(가운데)이 트로피를 들고 강형모 대한골프협회회장(앞줄 왼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양인터내셔날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박정훈이 대한골프협회 주관 대회 가운데 우승자 포인트(750점)가 가장 많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내년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해졌다.
박정훈은 “꿈에 그리던 허정구배 우승으로 태극마크를 달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다음 단계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선수가 되고 앞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훈은 현재 170cm, 67kg이다. 지난해 52kg이었을 때는 중학생처럼 보였다. 오히려 지난해 13세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안성현(180cm·89kg)이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허정구배 제69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박정훈. /삼양인터내셔날몸집을 불려 비거리를 늘리니 처음엔 방향성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힘을 빼고 헤드 무게를 느끼며 몸통 스윙을 하다 보니 거리와 정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원래 퍼팅과 아이언 샷이 좋았던 박정훈이 장타라는 날개를 달자 ‘헐크’처럼 무서운 선수가 됐다.
지난 8월 제주도지사배에서 첫 전국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첫 결실을 보았다. 첫날 무려 10언더파를 치며 악천후로 2라운드로 축소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노력의 힘을 확인한 박정훈은 “앞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하겠다”며 “로리 매킬로이처럼 단단한 체격으로 빈틈없이 경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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