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니어대회 8승을 거두며 ‘한국의 넬리 코르다’란 별명을 얻은 김서아(13)는 “지금 힘들고 나중에 행복한 게 조금 더 나은 게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됐다. 베트남 전지훈련 기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하루 8시간 연습했다는 이야기에 ‘한참 신나게 놀아야 할 나이 아니냐’고 했더니 나온 대답이었다.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입에 밴 것 아닐까? 솜털 보송보송한 김서아는 “골프를 치다 보면 알게 된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우승하는 게 노는 것보다 더 기쁘다”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했다. 훈련에 들어가면 스마트폰도 보지 않는다. 가끔 시간을 확인할 때만 쓴다.
그는 드라이버를 칠 때 신바람이 난다. 국보급 드라이버 실력이다. ‘쨍~’ 하고 공이 맞아 나가는 소리가 열세 살 골퍼가 친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다. 드라이버 클럽 헤드 스피드가 시속 103마일 안팎. 드라이버 거리 263m를 찍은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시우 코치에게 배우고 있다. 이 코치와 함께하는 배소현, 박현경, 이소영 등 프로 언니들은 김서아와 동반 라운드를 하다 깜짝 놀라곤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둔 이소영은 “저보다 더 멀리, 더 잘 똑바로 칠 때가 잦다. 함께 치다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네!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김서아는 “넬리 코르다 선수를 보면 공을 멀리 보내는데도 정확성이 높은데 부드럽게 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저도 힘으로 때리지 않고 부드럽게 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서아는 많은 선수의 샷 영상을 보며 특징을 살펴본다고 한다.
김서아는 호리호리한 몸매인데도 공은 묵직하게 뻗어나간다. 이시우 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면 반력을 잘 이용하는 스윙을 한다. 피니시까지 멈춤 없이 상체가 회전하기 때문에 손실 없이 공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다. 나이나 체격 등을 떠나서 인상적인 스윙 패턴을 갖고 있다.”
김서아는 또래 중에는 약간 늦은 편인 초등학교 4학년 겨울 방학 때 골프를 시작했다. 동네 태권도장 관장님 덕분이다. 워낙 운동에 소질이 있어 보이자 김서아의 부모님에게 태권도를 본격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권한 것. 어떤 운동이든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서아는 “부모님과 함께 고심 끝에 골프를 하기로 했다”며 “검은 띠를 따기 전에 태권도를 그만둔 건 아쉽지만, 골프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전당에 입성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는 주니어대회에서 거의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같은 공격적인 홀 공략을 한다. 파5홀에서는 대부분 투온을 시도하고, 파4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웨지 거리가 남는다. 퍼팅이 따라주는 날이면 압도적인 점수를 내곤 한다. 전체적인 플레이는 차분한 편이다. 세계무대에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김서아는 이야기를 하다 까르르 잘 웃곤 했다. 장난도 잘 친다. 그러다 프로 언니들도 깜짝 놀랄 만한 골프 실력을 보이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의 열세 살이었다. 이 코치는 “매일 열심히 훈련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골프를 즐기는 태도가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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