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선수가 22m 거리에서 퍼트를 성공할 확률은 1%. 3퍼트로 낭패 볼 확률은 32%다.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오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오픈(총상금 900만달러). 닉 테일러(35·캐나다)는 토미 플리트우드(32·잉글랜드)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4차 연장에서 승부를 결정 지을 기회를 잡았다. 그게 22m 이글 퍼트였다. 플리트우드는 3.6m 버디 퍼트를 남겨 놓은 상황. 홀까지 요리 보고 조리 재던 테일러가 퍼트하는 순간 빗속에서 자국 선수 테일러 이름을 연호하고 캐나다 국가를 부르며 응원하던 수만 관중이 일순 침묵했다. 거짓말처럼 공은 홀에 꽂혀 있던 깃대를 맞더니 빨려 들어갔다. 순간 아이스하키장에서 볼 법한 열광이 골프장을 휩쓸었다. 중계 아나운서는 “캐나다 스포츠 사상 최고 명장면 가운데 하나”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03년 마스터스 우승자이자 캐나다 골프 영웅 마이크 위어(53)를 비롯해 캐나다 동료 선수들은 국가 대항전에서 우승이라도 한 듯 샴페인을 뿌리며 환호했다. 1904년에 막을 올린 캐나다 오픈에서 캐나다 선수가 우승한 건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69년 만이었다.
테일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플리트우드와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1~3차전에서 비겨 4차에서 테일러가 기적 같은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했다. 2020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올라 PGA투어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테일러는 “연장 2차전에서 퍼팅을 한 곳과 비슷한 위치였다. 비가 많이 내려 그린이 느려진 만큼 최대한 홀 가까이 붙여 2퍼트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플리트우드는 유럽 투어 6승, 미국과 유럽 라이더컵에서도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지만 PGA투어 119번째 경기에서도 끝내 첫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번이 PGA투어 5번째 준우승이다. 하지만 그는 “테일러와 캐나다 골프 팬에게 정말 좋은 날이고 축하를 보낸다”며 “아쉽지만 이번에도 우승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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