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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테일러가 12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오픈 마지막 날 4차 연장에서 22m 이글 퍼트에 성공해 우승한 뒤 캐디와 부둥켜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닉 테일러가 12일 RBC 캐나다오픈에서 캐나다 선수로는 69년 만에 캐나다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USA TODAY Sports

PGA투어 선수들의 22m 거리 퍼트 성공률은 1%. 오히려 3퍼트로 낭패 볼 확률은 32%나 된다.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오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오픈(총상금 900만달러). 닉 테일러(35·캐나다)는 토미 플리트우드(32·잉글랜드)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4차 연장에서 마침내 승부를 결정지을 기회를 잡았다.

69년 만에 캐나다 선수가 자국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까지는 위태로운 22m 이글 퍼트가 남았다. 플리트우드는 3.6m 버디 퍼트를 남겨 놓았다. 테일러가 3퍼트를 하면 오히려 승리를 내줄 수 있다. 홀까지 요리보고 조리재던 테일러가 퍼트하는 순간 빗속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테일러의 이름을 연호하고 캐나다 국가를 부르며 응원하던 수만 관중이 일순 침묵했다. 4분의 3 이상 거리를 지났는데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은 채 홀을 향해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는 팬들 눈동자가 점점 더 커졌다. 홀까지 2m쯤 남았을 때 상대인 플리트우드의 눈이 작아졌다. 불안한 예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거짓말처럼 공은 홀에 꽂혀 있던 깃대를 맞더니 빨려 들어갔다. 꿈인가. 잠깐 넋 나간 모습이었던 테일러에게 그의 캐디가 달려오며 부둥켜안았다. 그제야 실감한 테일러도 함께 방방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축구장이나 야구장, 아니 캐나다에서는 아이스하키장에서 볼 법한 열광이 골프장을 휩쓸었다. 현지 중계 아나운서는 “믿을 수 없는 퍼팅이 들어갔다. 이 순간은 캐다다 스포츠 사상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힐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03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캐나다 골프의 영웅 마이크 위어(53·캐나다)를 비롯해 그린 주변에 모여 있던 캐나다 동료 선수들도 국가대항전에서 우승이라도 한 듯 샴페인을 뿌리며 환호했다. 1904년에 막을 올려 내년 120주년을 맞는 캐나다 오픈에서 캐나다 선수가 우승한 건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69년 만이었다.

테일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였고, 플리트우드는 5타를 줄여 나란히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먼저 경기를 끝낸 테일러가 17·18번 홀 연속 버디로 선두에 나서자 플리트우드가 16·17번 홀 버디로 따라잡은 명승부였다. 연장 1~3차전에서는 각각 버디(18번홀)와 파(18번홀), 파(9번홀·파3)의 스코어로 비겼다. 테일러는 2020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PGA투어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테일러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벅찬 느낌은 처음”이라며 감격했다. 그는 “연장 2차전에서 퍼팅을 한 곳과 비슷한 위치였다. 비가 많이 내려 그린이 느려진 만큼 최대한 홀 가까이 붙여 2퍼트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플리트우드는 유럽투어에서 6승을 거두고 미국과 유럽의 라이더컵에서도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지만 PGA투어 119번째 경기에서도 끝내 첫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번이 PGA투어 5번째 준우승이다.

테일러에게 박수를 보낸 플리트우드는 “테일러와 캐나다 골프팬에게 정말 좋은 날이고 축하를 보낸다”며 “아쉽지만 이번에도 우승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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