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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의 드라이버 샷 장면/ KPGA

‘코리안 헐크’라는 별명을 지닌 정찬민(23)이 드라이버를 휘두를 때마다 ‘쿵’ 하는 대포 소리와 함께 골프공이 섬광처럼 뿜어져 나갔다. 국내에선 좀처럼 듣지 못하던 육중한 타구음에 사람들이 “대단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정찬민은 “솔직히 국내 대회에선 드라이버 잡을 곳이 얼마 없지만 그래도 팬 서비스를 해야죠. ‘참 공 멀리 친다. 시원하게 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을 앞두고 만난 그는 말은 약간 느린 편인데 은근히 자랑을 빼놓지 않는 유쾌한 성격이었다.

정찬민은 마음속에서 늘 경쟁하는 라이벌이 있다. 벌크업을 통해 400야드 초장타 시대를 연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다. 주니어 시절부터 엄청난 장타를 치고 다녔던 정찬민에게 자연스레 ‘코리안 디섐보’ ‘코리안 헐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코리안 헐크’ 정찬민 vs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

정찬민에겐 장타와 관련된 일화들이 넘친다. 2016년 대구CC에서 열린 송암배 당시 고교 2학년이던 그는 최종 라운드 15번 홀(파5·448m)에서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290m를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았다. 정찬민 자신이 꼽는 드라이버 최고 기록은 370m(약 405야드)다. 국가대표이던 2017년 디오픈이 열리는 잉글랜드 로열리버풀골프장에서 열린 영 챔피언스 트로피 대회 파 4홀에서 드라이버를 쳤는데 공이 그린 너머 프린지에 떨어졌다고 한다. 국가대표 코치를 지내고 지금은 정찬민을 지도하는 박준성 코치(아시아드CC 헤드 프로)는 “오랫동안 많은 선수를 봤지만 정찬민의 장타는 차원이 다르다”며 “비거리와 정확성을 모두 따질 때 대한민국 최장타자라 불러도 손색 없다”고 했다.


그럼 정찬민의 장타 능력을 ‘원조 헐크’ 디섐보와 비교하면 어떨까.


벌크업으로 몸집을 불린 디섐보는 185㎝의 키에 110㎏의 몸무게다. 지난해 그가 공개한 트랙맨 자료를 보면 드라이버 거리는 393야드에 클럽 스피드 139.1마일, 볼 스피드 203마일이었다. 정찬민이 역시 트랙맨을 통해 최근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드라이버 365야드에 클럽 스피드 129.6마일, 볼 스피드 192.2마일이었다.


정찬민의 드라이버 데이터. /정찬민 선수 제공

디섐보에 비해선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정찬민의 현재 비거리와 볼 스피드는 미 PGA투어에서 이미 최정상급이다. 올 시즌 장타 부문 1위를 달리는 캐머런 챔프(미국)의 공식 기록이 드라이버 평균 거리 323.5야드에 클럽 스피드 129.3마일, 볼 스피드 191. 9마일이다. 정찬민이 3가지 수치에서 챔프를 모두 앞선다.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브라이슨 디섐보./AP 연합뉴스

디섐보에게는 지나친 몸집 불리기와 과도한 스윙 스피드로 부상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로 지난달 왼손 손목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거의 대회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찬민은 중학 시절 하루 1리터씩 우유를 마시고 줄넘기를 2000개씩 하며 3년 동안 키 30㎝가 자라는 폭풍 성장을 겪었다. 아버지의 키는 173㎝이고 어머니도 크지 않다고 한다. 정찬민은 “골프를 시작할 때 아버지와 몸집 키워서 장타로 승부를 보자고 약속했었다”며 웃었다.


공이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면 소용없다. 정찬민은 3년간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에서 담금질을 하며 방향성을 잡았다. 그는 “임팩트 순간 왼 손목을 일자로 만들어주는 동작을 이해하면서 방향성에도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미국과 달리 OB 구역이 많고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국내 골프장에 적응하기 위해 낮게 깔아치는 페이드 샷 구질도 익혀 놓았다.


그는 요즘 100m 이내 쇼트 게임 연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크고 작은 대회들을 경험하며 골프는 결국 100m 이내 거리에서 얼마나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느냐로 성적이 갈린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정찬민은 “올해 여름 미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할 계획이다. 미국에 가서 디섐보와 장타 대결을 벌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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