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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토크] KLPGA 임희정 선수 


웃는 모습이 닮았다고 '예쁜 사막여우' 란 애칭이 따라붙는 임희정의 드라이버 커버는 팬이 뜨개질을 해서 선물한 것이다. /민학수 기자

완벽한 2등은 ‘동그란 네모’ 처럼 말이 되지 않는 소리 같다. 2등이면 2등이지 완벽한 2등이라니?


웃는 모습이 닮았다고 ‘예사(예쁜 사막여우)’란 애칭이 따라붙는 프로골퍼 임희정(21)의 올 시즌을 돌아보면 ‘완벽한 2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 데뷔 시즌 3승을 올리며 여자 골프계에 바람을 일으켰던 임희정은 지난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 오픈에서 1년 10개월 만에 4번째 우승을 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대회 끝나고 처음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2개월 뒤 부산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에서 고진영에게 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놓쳤다. 허무했다고 한다. 이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상식에서는 상금과 대상 모두 2위에 머물렀지만, 온라인 팬 투표에서는 몰표가 쏟아지며 인기상을 받았다.


임희정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시상식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기쁨과 아쉬움이 크게 교차한 한 해를 보낸 임희정을 서울 양재동의 골프 연습장에서 만났다. 그에게 향후 목표를 물어보니 주저하지 않고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니 “약 오르잖아요”라며 웃었다.


지난 10월 미 LPGA투어와 KLPGA투어가 공동 주관한 BMW 챔피언십에서 나흘간 보기 하나 없이 1~4라운드 연속으로 60대 타수를 기록한 선수는 임희정이 유일했다. 버디만 22개를 잡아 22언더파 266타를 쳤다. 그런데도 고진영에게 우승을 내줬다.


“연장에서 지고 나니 허무했어요. 이렇게 해도 질 수 있구나. LPGA투어 직행 티켓도 걸려 있었잖아요. 주변에서도 너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선 이번 2등이 오히려 내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계 훈련 기간 100m 이내 어프로치 샷을 원퍼트로 끝낼 수 있는 거리에 붙이는 능력을 키울 생각인 그는 “(고)진영 언니보다 크게 부족한 쇼트 게임 부분을 보완하고 경험을 더 쌓는다면 큰 대회에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다” 라고 했다.


임희정의 가장 완벽한(?) 2위

임희정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도 ‘완벽한 2등’이었다. 28개 대회에서 27차례 컷을 통과하고 톱 10에 10번 진입했다. 우승을 한 번 했지만, 준우승을 세 차례나 했다. 상금 9억9166만원으로 2위, 대상 포인트 618점으로 2위였다. 6승을 거두며 상금 15억원을 돌파한 ‘친한 언니’ 박민지(23)가 상금과 대상을 휩쓸었다.


“민지 언니랑 성격도 비슷하고 진심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연습 라운드를 자주 하는데 올해 초에 민지 언니가 ‘남들은 잘 치는데 우리 둘은 왜 이러니’하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이르는 말)’를 주고받곤 했었는데요. 민지 언니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하고 있으면 저에게도 기회가 오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임희정은 “민지 언니가 뭔가 깨달은 것 같은데 알려주지는 않더라”라며 “먼저 우승하는 선수가 밥을 사기로 했는데 박민지가 초밥을 한 번 쐈다”고 했다.


그는 올해 6월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증이 생긴 걸 알았다고 한다. “지난해 우승을 못하고 올해도 상반기에 안되니까 너무 답답했어요. 엄마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스윙과 멘털 부분에 대해서도 옛 스승님께 조언을 구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머리 왼쪽 부분을 만지며 요즘 마음이 편안해져서인지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부진을 탈출한 비결은 무엇일까?


“골프 이외에 다른 취미를 찾은 게 도움이 됐어요. 요즘엔 시간 나면 요리하고 맛집 찾아다녀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간은 잘 봐요.” 얼마전 만든 감자볶음이 너무 맛있어 스스로 감동했다는 ‘셀프 칭찬’도 했다.


건국대 2학년인 임희정은 전공인 골프 산업 관련 과목을 듣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특히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는 운동역학 과목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임희정은 어릴 때 신지애(33)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요즘은 본받을 언니들이 참 많다고 한다. “(김)효주 언니는 타고난 감각과 판단 능력이 골프 천재예요. (고)진영 언니는 마음먹은 건 딱 해내고 누가 봐도 세계 최고 같은 카리스마가 있잖아요. (전)인지 언니를 보면 남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주려는 속 깊은 마음이 느껴져요.”


그는 최근 유튜브와 전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국내에서 승수를 더 쌓고 자신의 골프가 단단해지면 LPGA투어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 인생 계획도 야무지게 세워놓았다. 우선 35세까지는 골프에 최선을 다해서 세계 1위가 되고, LPGA투어 정상에 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그다음이 엉뚱했다.


“서른다섯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이후엔 ‘백수’로 지낼 겁니다. 골프채 내려놓고 그다음부터는 저를 응원해준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행복하게 지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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