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등 미국의 남녀 내셔널 타이틀을 주관하고 영국의 R&A(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와 함께 전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128년 사상 처음으로 흑인 회장을 선출했다. USGA 집행부 선출 위원회는 10일 바하마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인 현 선수권대회 위원장 프레드 퍼폴(47)을 2023년부터 회장직을 맡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퍼폴은 스튜어트 프랜시스 현 회장이 2022년까지 3년 임기를 마치면 회장에 취임한다. USGA는 차기 회장을 미리 뽑아서 현직 회장 임기 만료와 동시에 새 회장이 취임하도록 하고 있다. 텍사스 댈러스에 거주하는 퍼폴은 건설 설계, 시행, 시공, 컨설팅 전문 기업인 벡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면서 2019년부터 USGA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아왔다. USGA 선수권대회 위원장과 아마추어 자격 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알링턴 텍사스대에서 농구 선수로 활동했고 바하마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마쳤다.
1894년 창립한 USGA가 명예직이긴 하지만 협회의 얼굴인 회장직에 처음으로 흑인을 선출한 것은 상징적이다. USGA는 실무를 CEO가 맡게 돼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흑인이지만 미국 골프계는 인종차별의 역사가 뿌리 깊은 곳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는 1934년부터 1961년까지 백인만 멤버가 될 수 있었고, 메이저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에는 1975년까지 흑인 선수가 참가할 수 없었다. 마스터스를 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초대 회장인 클리퍼드 로버츠가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모든 캐디는 흑인일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인종차별의 제도는 허물어졌지만, 여전히 골프는 백인 중심 스포츠다. 미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주말 골퍼 중 흑인은 3%에 불과하고 프로 골퍼 가운데 흑인은 그 절반인 1.5%에 그친다. 이처럼 흑인 골퍼의 비중이 낮은 이유로는 소득 수준 등 경제적 이유와 함께 오랫동안 백인 스포츠로 굳어져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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