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여자오픈서 노르드크비스트 우승, 김세영 13위… LPGA투어 22개 대회중 한국 선수 3승 그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강의 선수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라면 여자 골프에는 ‘사우스 코리안’이라는 이름의 골프 여제가 있었다. 미국이나 해외 언론이 이름도 낯설고 발음하기 쉽지 않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을 집단적으로 ‘사우스 코리안’이라 불렀다. ‘사우스 코리안’은 박세리와 세리키즈의 등장 이후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10년간 7승을 거두고, 매년 LPGA투어의 절반 가까이를 우승하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과시했다. 뉴욕타임스가 US여자오픈은 사실상 ‘US코리아여자오픈’이라고 불렀다.
20년간 이어지던 여자골프의 한국 철옹성이 코로나 이후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에서 시상식에 서지 못한데 이어 메이저 무관이 현실이 됐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풍경, 그리고 국내 투어가 활성화되면서 예전 같은 필사적인 도전의식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다. 동남아와 일본, 미국 신예 선수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여자골프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23일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580만 달러)에서 34세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28)은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도 김세영, 노예림(미국) 등과 공동 13위였다.
노르드크비스트는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공동 2위인 조지아 홀(잉글랜드), 리제트 살라스(미국), 마델레네 삭스트룀(덴마크)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87만달러(약 10억3000만원)를 받았다. 노르드크비스트는 2009년 LPGA 챔피언십, 2017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9승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5개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이 없는 시즌이 됐다. 앞서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는 4월 ANA 인스피레이션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6월 US여자오픈 유카 사소(필리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넬리 코르다(미국), 7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민지(호주)가 정상에 올랐다. 호주 교포 이민지는 한때 단독 선두까지 올라 2013년 박인비 이후 8년 만에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으나 공동 5위(10언더파)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은 김세영의 13위였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10위 내에 아무도 들지 못한 것은 200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 이후 이번 대회가 18년 만이다.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AP통신은 “4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한 것은 한국 여자골프의 지배력이 하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젊은 선수들 약진이 두드러지고, 미국의 넬리 코르다도 급성장을 보이며 세계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해 LPGA투어의 우승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됐다.
한국 여자골프는 투어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2019년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인 15승과 메이저 3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선수들이 미 LPGA투어 대회 출전을 꺼리고 박성현(28)과 전인지(27) 같은 스타 선수들이 예전 같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이며 공동 52위(3오버파)로 마친 박인비는 “올림픽 이후 모든 선수가 출전한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 넘어온 선수도 많지 않다. 그래도 올해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의 성적이 별로 안 좋았는데 남은 대회에서 분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우승은 22개 대회가 끝난 현재 3월 KIA 클래식 박인비(33), 5월 HSBC 월드 챔피언십 김효주(26), 7월 VOA 클래식 고진영(26) 등 3승이 전부다. 미국이 7승, 태국이 4승을 거두고 있다.
LPGA 투어는 9월초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솔하임컵을 연 뒤 9월 16일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리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으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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