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에도 4개 대회 신설, 흥행위해 박찬호도 그린에 불러
구자철 회장은 여러 차례 언더파 스코어를 쳤던 아마 고수다. 드라이버 거리는 한창때 250m 비거리를 자랑했고 지금도 또래 중에는 장타에 속한다고 했다. /민수용 사진작가
“아침 내내 우리 이 프로 우승 뉴스 및 우리 프로님들 인스타보느라 바쁨. 앞으로 우리 프로님들 해시태그에 #kpga구자철회장 추가해줘요잉. ㅎㅎㅎ”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13년 만에 이준석이 우승한 다음 날인 28일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을 포함해 아침부터 여러 소셜 미디어에 관련 글과 영상을 올리느라 바빴다. 그는 “호쾌한 남자 골프의 매력을 알리는 게 회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KPGA는 올해부터 대회 우승자 알아맞히기 행사를 통해 아마추어 두 명에게 우승자 및 구 회장과 동반 라운드 기회도 주고 있다. 대회를 알리고 ‘찐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자 골프 왕국인 한국에서 KPGA 회장은 ‘극한 직업’이다. 대회 수가 30개 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절반밖에 안 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호기롭게 회장에 취임한 이들 중 변변히 대회 하나 늘리지 못하고 초라하게 퇴장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골프의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은 세계 정상급 여자 선수를 후원한다는 명분과 프로암 때 같은 티잉 구역에서 치는 점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여성이 남성을 압도한 분야가 골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는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데다 사무실까지 많은 프로 골퍼들이 찾아와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제18대 KPGA 회장에 취임한 그는 “남자 골프를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후 9년 만에 등장한 기업가 출신 회장이다. 크게 아쉬운 소리 할 것 없던 예스코 홀딩스 회장인 그는 대회를 열 만한 100개의 기업 리스트를 갖고 다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고 한다. 그래도 “커피 한잔만 하자”고 물고 늘어진다.
그는 “대회 유치가 참 어려운 일이다. KLPGA는 예비 스폰서 기업이 30여 개라고 하던데…”라며 “긍정적으로 보면 골프가 그만큼 홍보 효과가 있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그가 나서서 신설한 대회가 4개다. 그는 “LG그룹이 13년 만에 다시 메인 스폰서로 돌아온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했다. 대회 유치 활동에 너무 힘이 들어가 OB(아웃 오브 바운즈)를 낸 적도 있다. KLPGA 투어만 후원하는 회사 이름을 인스타그램에 적어놓고는 “너넨 다 죽었어ㅎㅎ 남자 프로 공공의 적”이라고 올렸다가 물의를 빚고 삭제했다.
그는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다. 지난 3월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니어 마스터즈에 직접 출전해 1라운드 96타를 치고 예선 탈락한 일도 있다. 평소 70대 초·중반 타수를 기록하던 그는 “바람이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도 언더파를 치는 프로 선수는 사람이 아니다. 신이다. 신들의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쳐보니 70대 스코어가 나오더라며 프로 대회의 중압감은 정말 다르다고 했다.
지난 4월 군산CC 오픈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흥행 구원 투수로 올렸다. 그는 “많은 팬들이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가 왜 저렇게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하지?’, ‘KPGA 선수들은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길래 300야드 넘게 치는 박찬호가 꼴찌를 하지?’ 등의 호기심 속에서 대회를 지켜봤다고 한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실력이 있으면 KPGA 회원이 아니더라도 Q스쿨에 도전하는 ‘오픈 Q스쿨 제도' 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먼저 KPGA 회원이 돼야 큐스쿨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럼 박찬호를 비롯해 강호의 고수들이 더 쉽게 코리안 투어에 뛰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백화점에도 찾아다니고, 특화된 프로암 대회도 많이 만들어 남자 골프를 브랜드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구설로 곤욕을 치렀던 소셜 미디어에서도 여전히 남자 골프 홍보를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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