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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교포 출신, 데뷔 13년 만에 코오롱 한국오픈서 첫 우승컵


이준석이 27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확정 후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이준석(33)의 왼팔에는 ‘spero spera’란 라틴어 문신이 새겨져 있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격언이다. 골프 인생이 워낙 풀리지 않자, 2016년 태국 대회를 나갔다가 새겼다고 했다. 데뷔 13년 만에 한국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두 팔을 치켜들고 “애들아, 아빠가 해냈어”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여덟 살 아들과 여섯 살 딸에게 보여주는 첫 우승이다. 짙은 눈썹에 황소도 때려잡게 생긴 강인한 인상인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호주 교포 이준석은 2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를 주고받으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76타를 쳤다. 이준석은 챔피언 조에서 나란히 경기한 2위 박은신(31·7언더파)과 3위 김주형(19·6언더파)을 제치고 우승 상금 4억원을 받아 상금 랭킹 2위(4억5586만원)로 뛰어올랐다. 상금 1위는 김주형(5억4980만원)이다.



데뷔 13년만에 한국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준석이 이중명 대한골프협회 회장으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


2라운드를 마치고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내가 1등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첫 우승을 원했던 이준석은 1라운드부터 최종 4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천안에 집이 있고 2019년부터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소속인 이준석은 홈그라운드에서 최종 라운드를 1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하지만 16번 홀까지 2타를 잃으며 선두 박은신을 추격하는 입장이 됐다. 박은신의 17번 홀(파4) 티샷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면서 이 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이준석은 11m의 장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정말 먼 거리였는데도 퍼팅 라인이 잘 보였고 여기서 버디를 잡으면 우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준석·박은신·김주형이 공동 선두로 들어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준석은 마지막 홀에서 2.5m 버디를 잡으며, 3m 버디 퍼트를 놓친 박은신과 드라이버 티샷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고 보기를 한 김주형을 따돌리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오픈 우승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준석의 모습. 그의 왼팔에는 ‘spero spera’란 라틴어 문신이 새겨져 있다. 직역하면 ‘나는 희망한다, 당신도 희망하라’는 격언으로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


호주 골프 유학 시절 호주 대표를 지냈던 이준석은 2008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수석 합격해 이듬해 데뷔했다. 2012년 차이나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코리안 투어에서는 두 차례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이준석은 “우승 퍼트에 성공하고 짧은 순간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고 했다. 그는 대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알아주던 쇼트트랙 유망주였다. 하지만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 서울 목동에서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체벌에 충격을 받아 그만뒀다. “나중에 호주 유학을 가서 겪은 인종차별이나 고생도 한국에서 겪은 체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준석이 2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확정 짓고 두 팔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중학교 1학년 때 호주 퀸즐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운동만 하는 한국 말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하자는 부모님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을 치고,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 라이트를 켜고 연습했다. 나중에 세계 1위가 된 제이슨 데이와는 동창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함께 훈련한 단짝이다. 필리핀계 어머니를 둔 데이는 가난한 집안을 골프로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정말 대단했다고 한다. 이준석은 “나와 데이가 호주 주니어 골프 1, 2위를 다퉜고 함께 호주 국가대표도 됐다”고 말했다.


데이는 19세 때 미국으로 떠났고, 이준석은 한국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변명 같지만 선후배 예절 등 문화 차이가 만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잔디 적응도 쉽지 않았다. 여러 코치에게 배우다 자신의 스윙도 잃어버렸다.


그는 호주 어학연수를 왔던 지금의 아내와 2013년 결혼했다. 이준석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할 때마다 많이 좌절했었다”며 “오랜 시간 옆에서 힘이 돼준 아내에게 고맙고, 두 아이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꿈이 정말 이루어졌다. 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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