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개막에 앞서 대회장인 정산 골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
"그 어른의 책을 보면서 골프 기술을 익혔고, 미국에 가서 어른을 직접 만나고 나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골프 대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고요. 지금도 일년에 한 두 번은 꼭 뵙니다."
최경주(49)는 꼬박꼬박 ‘어른’이라고 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상징이자 맏형인 최경주가 극진히 ‘어른’으로 표현하는 이는 누구일까. 바로 ‘살아 있는 골프 전설’로 통하는 잭 니클라우스(79·미국)다.
생활 속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다
최경주는 완도에서 처음 골프를 배우던 시절 니클라우스가 쓴 책을 보면서 그립을 비롯한 스윙의 기초를 다졌다. 그리고 2007년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5타 차 역전극을 펼쳐 전설로부터 "당신이 최고다"는 말을 들었다.
3일 경남 김해 정산 골프장(파72)에서 개막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만난 최경주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각종 자선 대회에 참가하면서 진정한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인비테이셔널은 말 그대로 ‘초청’하는 겁니다. 선수들을 초청하고, 갤러리를 초청하는 거죠. 주인이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게 당연해요. 선수와 갤러리가 모두 행복한 대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최경주와 후배들이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포토콜 촬영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형준, 서요섭, 김민휘, 최경주, 박성국, 함정우, 이재경, 서형석./KPGA |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그런 의미를 살려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선수 전원의 참가비를 대신 내주고, 대회 기간 선수와 캐디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정산 골프장도 최경주의 뜻에 동참해 대회 기간 사용하지 않는 코스 일부를 연습장으로 조성하고 연습 볼을 무제한 칠 수 있게 한다. 총상금과는 별도로 3500만원을 마련해 컷 탈락한 일부 선수들에게 ‘출전 경비’ 명목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최경주는 대회 중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해 물의를 빚은 ‘김비오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어른이란 단순히 호통만 치는 존재가 아니에요. 모범을 보이는 게 어른이죠. 후배들은 그걸 보고 배우는 거고요. 니클라우스가 지금도 존경받는 이유도 그거예요. 이번 사태에 저희 선배들도 일부 책임이 있는 셈이죠."
관전 문화 개선을 위해 현대해상과 최경주 재단은 지난해부터는 ‘갤러리 마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 중 ‘조용히’ 팻말을 들고 통제하는 진행요원 역할을 갤러리가 직접 맡는 것이다.
내년 챔피언스 투어를 앞둔 최경주는 인생 2막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1999년 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년이 흘렸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격려하지 않았으면 감히 꿈도 못 꾼 무대죠. 이 대회도 올해까지 8회째 끌고 오면서 손을 놓고 싶을만큼 힘든 적도 있었지만 현대해상에서 도와줘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됐어요. 이번에도 5000만원의 기부금을 선뜻 건네주면서 골프꿈나무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더군요. 그분들의 뜻을 모아 후배들을 돕고, 키우는 등 베푸는 삶으로 새로운 골프인생을 펼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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