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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서 68년만에 디오픈
'앙숙' 잉글랜드 선수와 선두다툼에 갤러리들 대거 몰려와 열띤 응원

플리트우드
최대 시속 64km의 강풍과 비.

태풍에 버금가는 악천후가 예보돼 있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갤러리가 몰려들었다. 사람이 산과 바다를 이룬다는 '인산인해(人山人海)'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올 시즌 남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최종일 경기가 열린 21일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던루스 링크스(파71).

이날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두고 챔피언 조에서 격돌하는 두 선수가 하필 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32)와 잉글랜드의 토미 플리트우드(28)였다. 라우리는 16언더파로 플리트우드에 4타 앞선 상황에서 4라운드에 들어갔다. 이날 밤 12시 현재 9번 홀까지 타수를 지킨 라우리가 16언더파로 1타를 잃은 플리트우드에 5타 앞섰다. 라우리가 좋은 플레이를 펼칠 때면 천둥 같은 응원소리가 진동했다.

대부분 갤러리가 아일랜드 출신 라우리가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맞추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 왔다. 아일랜드에서 온 한 갤러리는 "북아일랜드도 아일랜드다. 이곳에서 아일랜드 선수가 디오픈을 우승한다면 역사적일 것"이라고 했다.

라우리는 이 골프장에서 남쪽으로 차로 4시간 거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플리트우드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이날 '영국 땅'에서 '원정 경기'를 벌여야 했다.

아일랜드 출신 라우리, 4R 9번홀까지 5타차 선두 - 21일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 모여든 갤러리들은 아일랜드 출신인 셰인 라우리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라우리는 이날 4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지키며 2위 토미 플리트우드에 5타 차로 앞섰다. 사진은 4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는 라우리. /게티이미지 코리아

디오픈이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를 다시 찾은 것은 68년 만이다. 평화가 찾아오면서 로리 매킬로이 등 이 지역 골퍼들의 간청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공교롭게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선수가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 '민족감정'이 분출되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2002월드컵을 비롯해 30년째 스포츠 취재를 담당한 영국 BBC의 스포츠캐스터인 존 머레이는 "북아일랜드 언론인이 살해되는 등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정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묘한 상황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아일랜드섬 북동부에 위치했다. 아일랜드는 1922년 독립전쟁을 통해 영국 통치에서 벗어났지만 영국계 신교도가 많은 얼스터 지방이 아일랜드에서 분리돼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됐다. 1998년 평화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북아일랜드는 친(親)영국 신교도와 친아일랜드 구교도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인적 왕래가 자유롭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1위 브룩스 켑카(미국)는 4라운드 9번홀까지 2타를 잃고 7언더파로 내려앉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상현이 4라운드 15번홀까지 3언더파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1오버파, 황인춘은 2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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