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4승 가운데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필드의 수퍼맨' 브룩스 켑카(28·미국)도 눈앞에 다가온 세계 1위 달성을 앞두고 떨리는 듯했다. 그는 21일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막을 내린 미 PGA투어 CJ컵 최종 라운드 2,4번 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했다. 전날까지 4타 차 선두였던 그는 "어부지리가 아닌 우승을 통해 세계 1위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CJ컵에서 단독 2위 이상 성적을 내면 무조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필드의 수퍼맨’브룩스 켑카의 팔 근육은 보디빌더처럼 우람하다. CJ컵 우승을 차지한 켑카가 21일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쾌청한 날씨 속에 열린 이날 경기는 막판까지 장타자들의 힘겨루기로 흥미진진했다. 켑카 못지않은 장타력을 지닌 우들랜드가 9타를 줄이며 추격했고, 공동 3위로 마친 라이언 파머(15언더파)도 코스 레코드(10언더파 62타)를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켑카는 선두를 내주거나 공동 선두를 허용할 때마다 '수퍼맨 샷'을 선보였다. 13번 홀(파3)에서는 레이저 같은 아이언 샷으로 공을 홀 한 뼘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자신보다 두 조 앞에서 경기하던 우들랜드가 버디를 잡고 간 15번 홀(파4)과 16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특히 16번 홀에선 그린을 놓치고도 러프에서 웨지로 칩인 버디를 잡아냈다. 켑카는 "평소에 그런 말을 잘 안 하던 캐디가 '이건 꼭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들어가, 정말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18번 홀(파5)에서 2온 1퍼트로 이글을 잡아내며 '세계 1위' 대관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켑카는 '인간계'에 내려온 수퍼맨처럼 중압감이란 '중력'에서도 자유로운 듯했다. 그는 "늘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한다. 골프는 5시간이나 걸린다. 순위나 스코어가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 내가 하던 대로 플레이하게 돼 더 많은 기회를 잡게 해주고, 스코어가 뒤져 있으면 경기 방식을 바꿀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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