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마스터스 우승으로 11번째 도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모두 우승)’을 이룬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지난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47위에 그쳤다. 마스터스까지 시즌 초반 3승을 거둔 데다 그가 네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퀘일 할로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첫날부터 드라이버 샷 난조로 74타를 치며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회 전 드라이버 테스트에서 그의 테일러 메이드 드라이버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선수들 드라이버 페이스가 얇아져서 반발력이 높아지지 않았는지 대회마다 무작위 검사를 한다. 페이스는 오래 쓰면 얇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도 매킬로이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대회가 끝난 후 알려져 매킬로이의 흔들리기 쉬운 ‘유리 멘털’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매킬로이는 PGA 챔피언십 대회 나흘 내내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주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5·미국)가 주최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 대회에서도 셰플러는 우승을 차지하며 매킬로이가 갖고 있던 시즌 상금 랭킹 1위 자리를 넘겨받았다.
침묵하던 매킬로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5일(한국 시각) RBC 캐나다 오픈을 앞두고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매킬로이는 왜 지난달 퀘일 할로에서 침묵을 택했는지를 밝혔다.
그는 “PGA 챔피언십은 좀 이상한 한 주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첫날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연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지 않고) 바로 연습하러 갔다. 둘째 날엔 경기가 늦게 끝나서, (딸) 포피가 잠들기 전에 집에 가서 보고 싶었다. 그 사이 드라이버 관련 뉴스가 터졌고, 솔직히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토요일(3라운드)엔 오전 8시 20분 티오프 예정이었는데, 실제로는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경기를 시작했다. 또 늦게 끝났고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일요일엔 비행기를 타고 바로 플로리다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드라이버 테스트 부적합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솔직히 화가 났던 게 사실이다. 월요일에 스코티(셰플러)의 드라이버도 테스트에서 불합격한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이름만 유출됐다. 원래 기밀로 유지돼야 할 일이다. 언론인 두 명이 그 정보를 흘렸다. 그 순간 괜히 나가서 후회할 말을 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스코티의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 않았다. 테일러메이드도, USGA(미국골프협회)도, PGA of 아메리카(PGA 챔피언십 주최)도, 나 자신도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다. 스코티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걸 공개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그 과정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돼야 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래서 화가 났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메모리얼 오픈에 나서지 않을 것을 두고, “최근 몇 년간 US오픈을 앞두고 캐나다 오픈에 나가면 두 대회 모두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런 일정을 짰다”고 밝혔다. 매킬로이는 2019년과 코로나 사태로 3년 만에 열렸던 2022년 캐나다 오픈에서 연속 우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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