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2연패를 차지한 스코티 셰플러가 아들 베넷을 안고 팬들의 축하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위대한 선수들(great players)은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고, 중요한 대회에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 스코티 셰플러는 내 전성기 시절 같다. 아니 더 뛰어나다. 오늘 리더보드를 봐도 벤 그리핀(2위)이나 젭 슈트라카(3위), 닉 테일러(4위)는 좋은 선수들(nice players)이지만 셰플러와는 다른 리그(league)에 있다.”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보유한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5·미국)는 TV 중계석에서 자신이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2000만달러) 2연패를 차지한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제 셰플러의 거침없는 독주 행진을 나타내기 위해 갖다 쓸 비교 대상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던 전성기 시절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만 남아있는 것 같다.
셰플러는 2일(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했다. 2위 벤 그리핀(미국)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난주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했던 그리핀은 3라운드까지 1타 차 2위를 달리며 2주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셰플러와 최종일 맞대결에서 1타를 잃으며 무릎을 꿇었다.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난코스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선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연패를 이룬 우즈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손바닥을 다쳐 시즌을 한 달 늦게 출발했던 셰플러는 더CJ컵 바이런 넬슨, 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통산 16승(메이저 3승) 고지에 올랐다.
셰플러의 올 시즌 우승은 각각 8타, 5타, 4타 차였다. 지난 30년간 PGA 투어 시즌 중 네 타 차 이상의 승리를 세 번 이상 거둔 선수는 우즈와 셰플러, 단 두 명뿐이다. 셰플러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9번 톱10에 올랐고, 3번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월 휴스턴 오픈 준우승부터 이번 우승까지 7개 대회에서 한 번도 8위 밖으로 밀리지 않았다.
우즈는 지난달 19일 셰플러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나는 매우 격렬하고 덤비듯 플레이하는 반면 셰플러는 미끄러지듯 한다”며 “셰플러의 발 움직임은 잊고 그가 그린을 공략할 때 얼마나 좁은 과녁을 설정해 샷을 날리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매우 좁은 공간을 향해 다양한 구질로 공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왜 그가 거리 조절을 그처럼 잘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즈는 2001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2연패한 뒤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공동 2위를 15타 차로 따돌리는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셰플러에게 12일 난코스로 악명 높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US오픈에 대한 기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셰플러는 “당장 내일 뭘 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언제나처럼 지금 눈앞의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PGA 투어는 “셰플러의 비결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특별한 능력에 있다”고 평했다. 우승 상금 400만달러를 받은 셰플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1455만8697달러)에 올랐다. 페덱스컵 랭킹 1위도 독주했다.
임성재가 이날 1타를 줄이며 공동 16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공동 31위(5오버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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