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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왼쪽)가 6월 1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서 열린 워크데이 후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후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토너먼트 트로피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미국의 유명 코치들이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스윙” “자칫 다칠 수도 있으니, 아마추어는 따라 하지 말라”고 하는 독특한 ‘낚시꾼 스윙(fisherman swing)’을 한다. 샷할 때 두 발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데, 특히 스윙이 큰 드라이버 샷은 어드레스 때와 공을 치고 난 뒤 양발의 위치가 확연히 다르다.

특히 왼발 앞쪽이 꺾이면서 뒤꿈치 바깥쪽만으로 버텨 양 발바닥의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주니어 시절 부족한 비거리를 늘리려고 지면 반발력을 극대화하려다 생긴 습관이라고 한다. 

이런 셰플러가 6월 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24년 만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또다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미국)의 압도적이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셰플러는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2위 벤 그리핀(미국)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그 전주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했던 그리핀은 3라운드까지 1타 차 2위를 달리며 2주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셰플러와 최종일 맞대결에서 1타를 잃으며 무릎을 꿇었다. 

잭 니클라우스(85·미국)가 직접 설계한 난코스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선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연패를 이룬 우즈 이후 24년 만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손바닥을 다쳐 시즌을 한 달 늦게 출발했던 셰플러는 더CJ컵 바이런 넬슨, 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세 번째 우승으로 통산 16승(메이저 3승) 고지에 올랐다. 올 시즌 셰플러의 우승은 8타, 5타, 4타 차 압승이었다. 지난 30년간 PGA투어 중 네 타 차 이상의 승리를 세 번 이상 거둔 선수는 우즈와 셰플러, 두 명뿐이다.

스코티 셰플러가 6월 1일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9번 홀 페어웨이에서 자신의 샷에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잭 니클라우스가 극찬하는 셰플러의 플레이

셰플러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아홉 번 톱 10에 올랐고, 세 번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월 휴스턴 오픈 준우승부터 이번 우승까지 7개 대회에서 한 번도 8위 밖으로 밀리지 않았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골프의 전설 니클라우스는 TV 중계석에서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셰플러의 플레이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위대한 선수들(great players)은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고 중요한 대회에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 스코티 셰플러는 내 전성기 시절 같다. 아니 더 뛰어나다고 본다. 오늘 리더보드를 봐도 벤 그리핀(2위)이나 제프 슈트라카(3위), 닉 테일러(4위)는 좋은 선수들(nice players)이지만 셰플러와는 다른 리그(league)에 있다.”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보유한 ‘골프의 전설’ 니클라우스가 이렇게 말하면서 셰플러의 거침없는 독주 행진을 나타내기 위해 갖다 쓸 비교 대상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던 전성기 시절의 우즈만 남았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스코티 셰플러(왼쪽)가 우승한 후 벤 그리핀과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

우즈는 5월 18일 셰플러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자 “나는 매우 격렬하고 덤비듯 플레이하는 반면 셰플러는 미끄러지듯 한다”며 셰플러가 왜 뛰어난 골퍼인가를 설파했다. 우즈는 PGA투어의 공식 X(옛 트위터) 영상에서 “이 시대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는 단연코 셰플러다. 거의 20년 전 전성기 시절의 나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람들이 셰플러의 발놀림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건 다 잊으라 그린을 향해 샷을 할 때 그의 등 뒤에서 공만 보라. 얼마나 좁은 창(window)으로 공을 치는지를 보면 알게 된다. 셰플러가 샷한 공은 목표 지점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구질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그가 얼마나 정밀하게 거리 조절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우즈는 2000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2연패한 뒤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공동 2위를 15타 차로 따돌리는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셰플러에게 6월 12일 난코스로 악명 높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US오픈에 대한 기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셰플러는 “당장 내일 뭘 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언제나처럼 지금 눈앞의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PGA투어는 “셰플러의 비결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특별한 능력에 있다”고 평했다. 우승 상금 400만달러를 받은 셰플러는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1455만8697달러)에 올랐다. 페덱스컵 랭킹 1위도 독주했다. 누가 진정한 최고인지 보여준 것이다. 

스코티 셰플러가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 후 아들 베넷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

‘포스트 우즈’ 선두 주자로 부상

우즈가 성추행 스캔들과 잦은 부상으로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차세대 우즈 대망론’이 일었다. ‘포스트 우즈’의 선두 주자로 먼저 각광받은 골퍼는 매킬로이였다. 매킬로이는 스물두 살이던 2011년 US오픈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하고 2014년까지 메이저 4승을 차지하는 파죽지세를 보였다. 우즈 못지않은 엄청난 장타 능력에 교본을 보는 듯한 빈틈없는 스윙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한 조던 스피스(32·미국)가 마스터스와 US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매킬로이는 어이없게 친구들과 동네에서 축구를 하다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2015년 디오픈을 기권했다. 그렇게 시작된 스피스의 시대는 2017년 디오픈에서 우승한 뒤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지면서 ‘3년 천하’로 막을 내렸다. 이후 제이슨 데이(38·호주), 저스틴 토머스(32·미국) 등이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차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우즈만큼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올해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즈에 이어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의 주인공이 됐다. 매킬로이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매킬로이는 그동안 사용하던 드라이버가 부적격 판정을 받아 예비 드라이버를 사용하게 되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선수 드라이버 페이스가 얇아져서 반발력이 높아지지 않았는지 대회마다 무작위 검사를 한다. 페이스는 오래 쓰면 얇아지기도 한다. 매킬로이는 티샷이 흔들리며 공동 47위에 그쳤다. 경기가 열린 나흘 내내 인터뷰를 하지 않는 유리 멘털을 보였다. 반면 매킬로이처럼 드라이버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셰플러의 처신은 달랐다. 드라이버 샷 정확성이 크게 흔들리자, 아이언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 퍼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 PGA투어 7승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던 셰플러가 올해도 낚시꾼 스윙과 함께 가는 곳마다 우승컵을 낚아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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