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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크러셔스 GC 폴 케이시(왼쪽부터), 브라이슨 디섐보, 찰스 하월 3세, 아니르반 라히리이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Don’t Blink(눈 깜빡할 새도 없다)’ ‘Golf, but Louder(골프지만, 더 시끄럽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2년 출범한 LIV 골프가 5월 2일 한국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주도하는 LIV 골프는 출범 초부터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대거 접목한 ‘대안 골프’를 선언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느낌은 LIV 골프의 주장처럼 지루할 새 없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반면 이 이질적인 골프가 600년간 쌓인 골프의 전통 가치를 고수하려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통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버는 것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은 현재의 자금 흐름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EDM 클럽 음악 울려 퍼지는 골프 대회

“LIV 골프가 시작됩니다~. 소리 질러! 여러분, 브라이슨 디섐보입니다!”

장내 아나운서 소개와 함께 귓전을 때리는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소리가 골프장에 울려 퍼졌다.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한 골프 스타 디섐보가 330야드 넘는 힘찬 티샷을 날렸다. 평일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많은 팬이 골프장을 찾아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환호성을 올렸다. 2015년 열렸던 미국과 세계 연합팀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비롯해 매년 국내외 골프 대회가 열리는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조용히’라는 팻말 대신 아나운서는 환호성을 더 올리도록 갤러리를 유도했고, 10~30대 팬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빠른 템포 클럽 음악이 1번 홀을 비롯해 대회장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54명의 선수가 18개 홀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LIV 골프는 모든 선수가 같은 조건에서 경기한다는 원칙에 따라 ‘샷 건(동시 출발)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이날 LIV 골프가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까지 엄청난 계약금을 주고 영입한 디섐보와 필 미켈슨,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이상 미국), 욘 람, 세르히오 가르시아(이상 스페인), 호아킨 니만(칠레)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등장했다. 축구 스타 이동국과 이근호, 배우 박서준, 가수 이적, 개그맨 박준형 등 스포츠와 연예계 인사들도 많았다. 이들은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했다.

1 LIV 골프 코리아를 앞두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고 있다. 2 경기 중 이동하고 있다. 스포츠이자 문화 행사임을 강조한다. / 사진 대회 조직위

갤러리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20대 여성 팬은 “다른 대회장보다 젊은 팬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경기에 방해될까 긴장하는 것보다는 노래도 크게 나오고 함성도 지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자유롭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컷 탈락이 없어서인지 느슨해 보이고 설렁설렁 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파 3홀인 8번 홀에서는 DJ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8번 홀 근처 팬 빌리지에는 키즈존과 각종 게임장, K푸드 식음료 코너 등이 마련됐다. 

챔피언 디섐보, 우승 상금만 66억원 

LIV 골프 코리아는 최종일인 5월 4일 1만5000명이 몰리며 사흘간 3만5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LIV 골프는 관람객 수를 공식 집계하지 않는다. 국내 스포츠에서 보기 드문 고가의 티켓값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았을 것이다. 사흘간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가장 싼 입장권이 30만원이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은 100만~800만원대였다. 경기 후에는 지드래곤, 아이브, 다이나믹 듀오, 거미, 키키 등 유명 가수 무대가 이어졌다.

LIV 골프 코리아 챔피언인 디섐보는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달러(약 55억원)와 단체전(크러셔스 GC) 우승 상금(300만달러)의 4분의 1인 75만달러를 더해 475만달러(약 66억원)를 벌어들였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디섐보는 처음 한국에서 대회를 연 LIV 골프가 성공적으로 열리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우승을 다투는 마지막 날 1번 홀 티잉 구역에서 많은 팬에게 사인을 하고 홀을 이동할 때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팬 친화적인 태도로 인기를 끌었다. 골프 기계로 샷을 하듯 두 팔을 쭉 편 채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그의 스윙도 흥미로웠다. 디섐보는 “고향에 온 듯 환대를 받았다. 매우 맛있어서 매일 저녁 갈비를 먹었다. 내년 대회에도 꼭 오겠다”고 했다. 이렇게 화려한 이면에는 궁금증이 따른다. LIV 골프는 천문학적 상금과 스카우트 비용을 쓰지만 이렇다 할 중계권 수입과 스폰서 계약 등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2년 전 합병을 선언한 PGA투어와도 여전히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컷 탈락 없는 3라운드 54홀 경기 방식으로 세계 랭킹 포인트를 전혀 얻지 못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3 5월 2일 개막한 LIV 골프 코리아에는 최종일 1만5000명을 포함해 3만5000명의 갤러리가 입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4 대회 기간 팬 친화적이었던 브라이슨 디섐보는 우승까지 차지하며 상금 475만달러를 벌어들였다. / 사진 대회 조직위

“연간 1억달러 매출은 실망스러운 결과”

LIV 골프 코리아가 끝나고 골프 위크 등 다수 미국 매체는 스포츠 전문 뉴스레터 ‘머니 인 스포트(Money in Sport)’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LIV 골프에 대한 자금 지원이 2025년 중 50억달러(약 6조974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LIV 골프의 모회사인 LIV 골프 인베스트먼츠가 올해 이미 6억7430만달러(약 9405억원)의 자본금을 늘린 데 이어 7~8월 중 추가로 3억3000만달러(약 4602억원)를 투입할 경우 올해 투자액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투자는 PIF가 여전히 LIV 골프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가 강함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자금 투입에는 세 가지 조건이 붙었다. 최소 경기 수 개최, 최소 수익 달성, 폭스스포츠와 TV 중계 계약 체결 등이다.

머니 인 스포트는 LIV 골프의 2024년 1~10월 매출이 8200만달러(약 1143억원)로 처음 공개된 점도 주목했다. “2024년이 14개 대회로 구성된 두 번째 정규 시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약 1억달러의 매출은 PIF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며 “DP 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를 인수했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동일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IV 골프는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스타 선수와 맺은 3~4년의 계약 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PIF의 투자 여력은 타격을 받고 있다. LIV 골프를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초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PGA투어와 합병 작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진전된 것은 없다. PGA투어와 LIV 골프는 2023년 6월 전격 합병 선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이후 후속 절차는 중단된 상황이다. 

LIV 골프의 도전으로 스타 유출과 상금 인상 등 자금난에 시달렸던 PGA투어는 2024년 2월 투자 컨소시엄 스트래티지스포츠그룹(SSG)에서 30억달러(약 4조1844억원) 투자를 받는 등 이미 장기전 대책까지 수립한 상황이다. 

취임 전 “PGA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 협상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보다 복잡한 문제”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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