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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2025마스터스 최종일 경기 연장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무릎을 꿇고 환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지난 14일(한국 시각)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이면서 2014년 이후 10번 실패 끝에 이룬 감격이다. 이후 ‘매킬로이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그의 도전과 성취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매킬로이가 관련 행사가 끝나고 그 우승 소회를 PGA 투어를 통해 본지에 전했다. 전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이번이 마스터스 17번째 출전이었는데, ‘과연 이번엔 될까?’ 불안해 하곤 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 왔는데, (이제 우승을 하고 나니) 내년엔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시상식에서 ‘1997년 타이거 우즈가 이곳에서 첫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옷)’을 입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선수가 그 길을 따라가고 싶었는지 얘기했습니다. 그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의심할 때도 많았죠. 이번 대회 마지막 날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가 그린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었다. 이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그는 "믿음을 잃지 말고 끝까지 버티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너무 긴장됐습니다. 골프를 하면서 가장 힘든 하루였죠. 아침부터 속이 니글거렸고, 종일 입맛도 없었습니다. 다리는 후들거렸죠. 그러나 이런 긴장감이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긴장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느꼈습니다. 눈앞에만 집중하면서, 다음 샷도 그다음 샷도 잘 치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었죠. 마지막 순간엔 (2위로 경기를 끝낸) 저스틴 로즈와 경쟁이었지만, 진짜 싸움은 제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재밌는 건 첫 홀에서 더블보기(한 홀에서 2타를 잃는 것)를 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습니다. 두 번째 홀로 걸어가면서 욘 람(스페인)이 떠올랐죠. 람도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쳤지만 우승을 했거든요.(람은 2023년 마스터스 첫날 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지만 이후 버디로 만회하고 선두로 마쳤다. 결국 우승했다.) 적어도 멘털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긍정적으로 (대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였습니다. 코스가 너무 까다로웠어요.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서 마스터스가 아니라 US오픈 같았습니다. 1번 홀과 13번 홀에서 더블보기 후 반등할 수 있었던 게 자랑스러웠죠.(매킬로이는 3·4번 홀에서 연속 버디, 15·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마스터스 챔피언 중 네 번 더블보기(1라운드 2개, 4라운드 2개)를 한 선수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처음일 거예요.


연장전 우승 퍼트를 넣고 그린에서 저도 모르게 표출한 감정은 적어도 11년, 어쩌면 14년간 쌓여 온 겁니다. 그 순간 기쁨보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기쁨은 그 뒤에 서서히 느껴졌죠.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일요일 아침 라커에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남긴 쪽지가 있었어요. 행운을 빈다는 내용이었죠. 앙헬은 2011년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동반 플레이를 했던 선수예요.(매킬로이는 당시 4타 차 선두로 마지막 날을 출발했지만 부진을 거듭하면서 공동 15위로 떨어졌다.)


어려운 여정이었습니다. 2014년 8월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커리어 그랜드슬램 부담을 계속 안고 있었어요. 앞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5명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은 큰데, 계속해서 다른 선수들이 그린 재킷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죠. 다행히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편한 마음으로 마스터스에 돌아올 수 있어 행복합니다.


골프에서는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겹도록 이 말을 했지만 지금도 이 말을 믿습니다. (덕분에) 전 10년 전보다 나은 선수가 됐습니다. 매년 마스터스에 도전하면서 우승을 하지 못한 채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건 힘들었습니다. 노력해도 안 된다면 마음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마지막 9개 홀에서 실수를 할 때마다 “또 기회를 놓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결정적 샷으로 잘 대응했고 스스로 대견했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든 한 주였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 기쁩니다.


돌이켜보면 2011년 마스터스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그 선수(매킬로이 자신)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젊은이였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았고 아직 더 성장해야 할 선수였죠. 어떻게 그 좋은 기회를 망친 건지 그땐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비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했고, 그때의 저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끝까지 버텨라. 믿음을 잃지 말고.”


전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소년 소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믿으세요.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뭐든 이룰 수 있습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스포츠에서 한 선수가 자기 종목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머쥐는 일. 남자 골프에선 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이 해당한다. 지금까지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등 6명만 이 업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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