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16년째를 맞은 안송이(35)의 롱런 비결이 궁금했다. 안송이는 “이걸 장점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지나간 일을 잘 잊어버린다. 라운드 중에도 지난 홀은 지나간 것이라 생각한다.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그와 오래 함께하는 이시우 코치도 “안송이 프로는 조금 전에 자기가 한 말도 잘 잊는다”며 “지금 한 말도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농담만은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높은 곳만 쳐다보려 한다. 골프대회에 출전한 120명 가운데 1등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19명이 아쉽거나 슬픈 감정에 빠질 수 있다. 지나간 일은 툭툭 털고 자신이 이룬 성과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간다. 골프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다.
안송이는 4월 18일 개막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2025까지 365경기에 출장했다. 역대 최다 출장 1위 기록이다. 2위는 은퇴한 홍란이 보유한 359경기다.
KLPGA투어는 매년 쟁쟁한 신예들이 등장해 세대교체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상금 순위 60위 이내에 들어야 투어 시드(출전권)를 유지할 수 있고, 여기서 벗어나면 ‘지옥의 시드전’이라 불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돌아와야 한다. 안송이도 데뷔 첫해인 2010년 상금 순위 74위, 2011년 68위로 2년 연속 시드전을 거쳤다.
살아남은 데서 그치지 않고 데뷔 10년 만인 2019년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2020년 팬텀 클래식에서 통산 2승을 거뒀다. 많은 선수가 이런 안송이에게 긍정 에너지를 얻는다.
안송이에게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안송이의 답은 골프 후배 박현경(25)이었다. “(박)현경이는 2024년 동계훈련 때 비거리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10야드 이상 거리가 늘면서 정말 골프가 강해졌다. 스윙 자세도 더 멋있어졌다. 2024년 3승을 거두며 또 한 번 도약한 비결이 현경이의 그런 노력 덕분이라는 걸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고 있다. 나도 현경이를 따라서 비거리도 늘리고 다시 우승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열 살 아래 후배 골퍼 박현경에게 장점을 배우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안송이는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 출신이 아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다. 매년 조금씩 성장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 코치는 “안송이 프로는 압도적인 장타자는 아니지만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여전히 우승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있다. 지난 4월 6일 국내 개막전이었던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안송이는 3위에 올랐다.
안송이는 여전히 스윙을 가다듬는다. 백스윙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몸은 최대한 서 있는 것처럼 한다. 너무 낮은 테이크 백과 큰 스윙 아크를 만들려고 시도하다 몸이 들리는 단점을 고치기 위해서다. 일관성을 높이는 훈련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도 이렇게 배워야 하는 걸까?
안송이는 “이 코치님이 자세가 내려가 있으면 임팩트 전에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하는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며 “처음엔 이상했지만, 동작을 조금씩 익혀가면서 지금은 편안하게 스윙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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