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다는 준우승이 많고 메이저 대회에 약해 ‘새가슴’ 소리를 듣던 잰더 쇼플리(32)는 2024년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이저 우승을, 그것도 한 해에 두 차례나 차지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과 디오픈 정상에 오르며 통산 9승 고지를 밟은 쇼플리에게는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괴물’ 같은 실력을 과시하며 한 시즌 아홉 차례나 정상에 오른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9)는 쇼플리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셰플러는 PGA투어 7승과 파리 올림픽, 비공식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 정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셰플러와 쇼플리의 세계 랭킹포인트 차이는 더 벌어졌다. 쇼플리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른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셰플러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는 짐승이다”라고 했다. 2025년 셰플러라는 거대한 경쟁자를 상대하면서 또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쇼플리의 이야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보았다.
2025년 시즌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새 시즌이 시작되면 설렘과 기대가 커진다. 스윙 코치,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 등 우리 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원이 있어 정말 든든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작년부터 함께하는 스윙 코치 크리스 호모(2014~2017 타이거 우즈 스윙 코치)와 순조롭게 훈련하고 있어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둘 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변화를 준 부분이 하루빨리 몸에 자연스럽게 배었으면 좋겠다. 골프 또한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오래된 습관이 돌아오곤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 스윙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크리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습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계속해서 더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2024년 기다리던 메이저 우승을 두 차례나 했다.
“2024년 5월 PGA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내 게임에 굉장히 만족한다. 그리고 7월 디오픈에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강풍을 고려해 낮은 탄도의 샷을 구사해야 했고, 바람에 따라 홀 오른쪽을 바라보는 듯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했다. 두 대회를 통해 게임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 기회를 준다면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이 디오픈 우승으로 이어졌다. 디오픈 우승이후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갖게 됐다.”
올해 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있나.
“지난 시즌은 정말 좋았지만, 우승에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은 것에 신경 쓰다 보면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비결은 꾸준한 연습과 체계적인 과정 그리고 캐디와 완벽한 호흡이다. 그러다 보면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리고 우승이 다가왔을 때 약간 더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침착함이 있는지 없는지가 드러나게 된다. 연습이 좀 더 필요하지만, 다행히 지난해에는 이전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몇 번의 우승이 가능했다.”
스윙 메커니즘과 다양한 기술에서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연습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웨지 플레이가 특히 그렇다. 계속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백스윙 때 클럽이 조금 수직에 가까워지는 문제가 있다. 드라이버와 롱 아이언은 만족스럽지만, 웨지를 사용할 때는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 거리가 있는 웨지 샷을 칠 때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올바른 감각을 찾아가는 중이다. 예전에는 어깨가 평평할 때 클럽이 더 잘 눕혀지고 닫힌 상태였고, 몸의 회전도 잘되었다. 그때는 웨지 샷을 정말 잘했고, 150야드 이내에서 아주 뛰어났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클럽이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드라이버나 4번 아이언 등은 완벽하게 치는데, 90야드 웨지 샷이 가끔 말썽이다.”
세계 1위가 되고 싶지 않나.
“게임 능력에서는 어느 정도 원하는 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메이저 우승을 두 번이나 했지만, 세계 랭킹 1위이자 2024 페덱스컵 챔피언인 셔플러와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세계 랭킹 포인트가 1위보다는 30위에 더 가까운 상황이다. 셰플러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준다. 셰플러는 그야말로 괴물이다. 지난해 약간의 셰플러가 있을 때도 우승을 차지하며 우리와 격차를 벌렸다. 그와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목표 중 하나다. 다만 너무 결과 중심적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셰플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로봇처럼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나만의 리듬과 흐름을 찾으려 노력하고 싶다. 2024년 시즌 중반에 가졌던 정신력을 얼마나 빨리 되찾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몇 달 쉬고 나면 정신을 딴 데 두고 공을 이상한 곳으로 치게 된다.”
셰플러와는 어떤 관계인가.
“우리는 모두 승리욕이 강한 사람이다. 서로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매우 크다. 그런데 셰플러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 그에 대해 나쁘게 말할 것이 전혀 없다. 특히 지난해 그에게 있던 일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나. PGA 챔피언십 2라운드를 앞두고 경찰에게 체포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말 훌륭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그는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그를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를 반드시 따라잡아야 할 목표로 삼고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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