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KLPGA투어 골퍼라는 제 직업이 소중하게 여겨져요. 늘 이기고 지는 것이 분명한 승부사란 역할이 쉽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만 해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죠.”
올해로 데뷔 10년째인 박결(28·두산건설)은 8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2024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연말 시상식에 나선다. 10년 동안 꾸준히 성적을 올려 KLPGA투어에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K-10′에 이름을 올렸다. 개근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매년 상금 순위 60위 이내를 유지하거나 지옥의 시드전을 통과해야 하니 장기 우등생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하는 게 맞다. 올해 KLPGA 시상 무대에서 K-10의 영예를 안게 되는 골퍼는 5명. 박결, 박채윤, 지한솔, 박지영, 최은우 등이다.
박결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데 이어 그해 치른 2015년 KLPGA투어 시드전까지 1위로 통과한 실력파에 모델 같은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데뷔 4년 만이자 106번째 경기였던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무려 8타차 역전승을 일궈내고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KLPGA투어에서 10년째 활약하는 박결이 드라이버 스윙을 하고 있다. /KLPGA
기대만큼 많은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많은 분의 사랑과 격려를 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늘 꾸준히 노력하면서 고마움을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니어 골퍼에게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나 최경주(54), 안니카 소렌스탐(47·스웨덴), 박세리(47)처럼 많은 우승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던 선수들의 이름이 입에 오른다.
10년 전 박결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그는 “K-10을 거쳐 올해 15년째 투어 생활을 하는 안송이 프로와 이정민 프로를 존경하고 그 뒤를 잇고싶다”고 했다. 안송이(34)는 지난 대회에서 KLPGA투어 역대 최다인 360번째 출전 기록을 세웠고, 이번에 361번째 출전 대회를 맞이한다. 이정민(32)은 올해 4월 메이저대회인 KLPGA챔피언십에서 통산 11승째를 올리며 여전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박결은 2021년 상금순위 69위로 한차례 ‘지옥의 시드전’을 치러야 했지만 대부분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그는 “KLPGA투어에 들어오는 신인 선수들이 대부분 멀리 치면서도 정교하기 때문에 늘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늘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든든하게 후원해주시는 두산건설, 한결같이 성실하게 지도해준 안성현 프로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결은 프로암을 통해 다양한 아마추어 골퍼들을 만나 왔다. 어떤 조언을 할까?
“프로도 걱정이 앞서는 스포츠가 골프지만 제 경험을 보더라도 물에 빠지면 안 되는데, OB가 나면 안 되는데 걱정하는 순간 결과도 걱정스럽게 나온다”며 “내가 할 일은 자신 있게 스윙하는 것뿐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샷을 하시면 대부분 결과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샷의 결과를 걱정하는 대신 요즘 한창인 단풍을 비롯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게 훨씬 추억에 남는 라운드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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