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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랑거가 11일 PGA 챔피언스 투어 시즌 최종전인 찰스슈왑컵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 인근 시골의 가난한 집 출신 소년은 아홉 살 때 동네 골프장에서 캐디백을 메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에 끌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해 그곳이 소년의 고향이 됐다. 대부분 주민이 골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시간을 잘 지키고 성실한 그는 캐디 일을 하는 틈틈이 골프를 배워 열다섯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됐다.


하지만 열아홉 나이에 병역 복무 중이던 독일 공군에서 완전무장 행군을 하다 척추 스트레스 골절과 디스크에 걸려 골프채를 놓아야 할 형편이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이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50년 넘게 지금도 피트니스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1957년 8월 27일생, 67세 나이에도 금욕적 생활과 꾸준한 운동, 식이요법으로 군살 하나 없는 174㎝·72㎏ 몸매를 유지하며 ‘시니어 투어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독일 골퍼 베른하르트 랑거 이야기다.


베른하르트 랑거가 11일 찰스슈왑컵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 우승을 차지하고는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랑거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피닉스컨트리클럽(파71·686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시즌 최종전인 2024 찰스슈왑컵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정상에 올랐다. PGA 챔피언스 투어는 50세 생일이 되는 날 가입할 수 있다. 그래서 ‘시니어 투어’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졌다.


랑거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3개를 묶어 자기 나이보다 한 타 적은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 공동 2위 스티븐 알커(뉴질랜드·53)와 리처드 그린(호주·53)을 1타 차로 따돌렸다. 랑거는 대회 이틀 째부터 사흘 연속 자기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쏘았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에이지 슈트’를 지금까지 23번 했다.


공동 선두로 맞이한 마지막 18번 홀에서 9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고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모자를 땅에 내팽개치며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껏 환호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랑거의 모습에 방송 해설자는 “그저 경이로울 뿐”이라고 했고,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위대한 랑거”라고 격찬했다.


랑거는 이번 우승으로 2007년 PGA 챔피언스 투어 데뷔 후 18년 연속 우승과 최다승(47승), 최고령 우승(67세 2개월 14일) 등 갖가지 대기록을 썼다. 64세 이상 우승자는 랑거가 유일하다. 최다승 2위는 헤일 어윈(미국·79) 45승, 3위는 리 트레비노(미국·85) 29승이다. 챔피언스 투어 이전에도 마스터스 2승과 더불어 유러피언 투어 42승에 빛나는 관록을 자랑했지만 나이가 들고서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랑거는 “올해 상황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결과다.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격했다. 랑거는 지난 2월 피클 볼을 하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부진한 성적을 냈다. 올해는 어센션채리티클래식에서 양용은과 연장전 끝에 패해 무관에 그치는 듯했다.


PGA 챔피언스 투어는 경기 조건을 나이에 맞게 낮춰 놓았다. 코스 길이는 6800~7000야드 정도. PGA 투어와 비교하면 400야드가량 짧다. 대부분 대회에서 카트를 타고 경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래도 나이는 최대 무기이자 적이다. 55~56세가 되면 신체적 한계가 오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 데뷔해 5년이 전성기다. 갓 뛰어든 50대 초반 선수들끼리 우승 경쟁을 벌이는 게 흔했지만 “녹슬지 않는 독일 머신”(짐 퓨릭)이라는 격찬을 듣는 랑거가 등장하면서 ‘큰형님 시대’가 열렸다. 그는 지난해 US시니어 오픈에서 우승하고는 “곧 100세가 되는 노모가 계신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했다.


랑거의 마법은 뭘까. 최경주(54)는 “놀라운 자기 절제와 골프에 대한 집중력은 전 세계 골퍼가 본받아야 할 스승”이라고 평했다. 랑거는 대회를 앞두고 악천후로 아무도 연습하지 않는 날에도 드라이빙 레인지에 나가 혼자 샷을 한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골프 팬을 위한 올바른 플랭크(plank) 자세를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그를 모델로 썼다. 60대 중반에도 270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여러 차례 지독한 퍼팅 입스(yips·불안 증세)에 시달렸지만 ‘빗자루 퍼터’라고 불리는 긴 퍼터를 사용하면서 단점이던 퍼팅 불안을 장점으로 바꾸었다. 열여덟 살 때부터 스윙 코치 빌리 호프먼이 가르쳐 준 내용을 직접 손으로 노트에 적어 골프 백에 넣어 다니며 꺼내 본다. 그는 “지금도 샷이 잘 안 될 때는 그립과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스윙 등 기본 동작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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