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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 상을 받은 넬리 코르다는 LPGA투어에서 슬로 플레이가 만연하고 있다며 투어 인기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골프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거북이 골퍼는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까.


한 라운드 4시간 반을 기준으로 삼는 남녀 프로 대회에서 5시간 반이 훌쩍 넘는 슬로 플레이가 만연하고 있다.


오죽하면 여자골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가 “LPGA투어의 슬로 플레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슬로 플레이는 우리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6시간 가까이 걸리는 중계를 보는 건 짜증 나는 일이다. 퍼팅을 하기 위해 2~3분이 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1월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을 앞두고서였다. 그는 한 주 앞서 열린 LPGA투어 아니카 드리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코르다가 속한 마지막 조(오후 12시 13분 티 오프)는 18홀 경기 소요 시간이 5시간 38분 걸렸다. 해가 져서 그린에 볼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로 인해 TV 중계 시간도 51분이나 초과했으며 중계방송사인 골프채널은 중계 시간을 늘려야 했다. 코르다는 “선수 입장에선 자기 차례가 오면 샷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말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퍼팅 프로세스를 너무 늦게 시작하고 그린에 너무 오래 서 있는다”고 지적했다. 코르다는 “첫 조부터 경기위원이 따라다닌다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슬로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도 과감하게 자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코르다와 3라운드를 함께 했던 찰리 헐(잉글랜드)는 삼진 아웃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 “무자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슬로 플레이로 3번 벌타를 받으면 즉시 투어 카드를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벌타를 받아 순위가 떨어진 선수도 있다. 올해 3월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리브(LIV) 골프 3차 대회 최종 3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아드리안 메론크(폴란드)가 슬로플레이 지적을 받아 1벌타를 받았다. 그가 이 홀에서 기록한 버디는 파로 바뀌었다. 메론크는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데 무려 2분이 걸렸다. LIV 골프는 “메론크가 골프 규칙에 따른 할당된 시간(40초)을 초과해 1벌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메론크는 벌타를 받지 않았다면 공동 5위로 상금 75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1벌타를 받아 공동 6위 상금 50만8750 달러에 그쳤다. 슬로 플레이로 24만1250달러를 날린 셈이다.


PGA투어의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LIV 골프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LPGA투어의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등은 오래 전부터 슬로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좋은 플레이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샷을 하는 것 뿐이라고 항변한다.


‘40초 룰’이 개별 선수의 슬로 플레이에 대한 벌타 기준이다. 실제 슬로 플레이를 징계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회 중 경기 페이스에 대한 지침을 준다. 경기 시간은 3인 1조의 경우 기본적으로 파3홀 11분, 파4홀 14분, 파5홀 17분을 기준으로 난이도와 홀 간 이동거리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보통 4시간 30분이 보통이고, 한국의 산악 지형 코스에서는 이동거리 때문에 5시간 초반이 나오기도 한다. 2인 1조의 경우에는 한 라운드 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LIV 골프 제다 대회에서 벌타가 주어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벌타를 받은 메론크는 욘 람(스페인), 케빈 나(미국)와 함께 경기했다. 메론크 조는 10번 홀 이후 경기위원에게 경기 속도가 느리다는 경고를 받았다. 경고 이후 4홀이 지났을 때 이들은 앞 조를 제대로 따라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위원은 결국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40초 안에 샷을 해야 하고 가장 먼저 샷을 하는 선수는 10초를 더 쓸 수 있다. 결국 메론크가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데 2분이 걸리면서 벌타를 받게 된 것이다.


대한골프협회에서 골프 룰을 담당하는 구민석 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기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처음에는 ‘아웃오브포지션(out of position)’ 경고를 준다. 그리고 시간 측정에 들어간다. 40초 룰(최초의 선수는 10초 추가)의 첫 번째 위반(배드 타임·bad time)에 대해서는 공식 경고를 하고, 두 번째는 1벌타를 준다. 세 번째는 추가로 2벌타를 주며 네 번째는 실격 처리한다. 투어에서는 1년 동안 배드 타임에 대한 누적 경고 시스템을 사용한다. 시간 측정 시 볼에 다다르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플레이할 수 있는 조건에서 3초 후 시간 측정에 들어간다.”


오래 전부터 ‘필드 위의 거북이’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동반 플레이어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경기시간을 지연시켜 골프 인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경기위원회가 현저히 경기 진행이 느리다는 판정을 내린 조의 선수들에 대해서만 경고 후 ‘초읽기’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슬로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레디 골프(Ready Golf)’가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선수가 샷을 하는 동안 충분히 준비해서 자신의 차례가 되면 바로 샷을 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레프리들이 편견 없이 공정한 플레이 속도 지침 규정을 엄격히 시행하고 선수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타이거 우즈 주도의 스크린 골프 투어 TGL에서는 매 샷에 40초 시간 제한을 두는 ‘샷 클락’을 도입한다. 스크린 골프라서 바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지만 슬로 플레이 근절을 위해서는 실제 투어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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