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투어 12승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2승에 빛나는 베테랑 골퍼 박상현(41)의 별명은 ‘카스형’이다.
건강음료 박카스의 브랜드 로고를 모자에 붙이고 경기하는 그는 기회 닿을 때마다 만나는 이들에게 박카스를 손수 나눠준다. 2015년부터 현재의 동아쏘시오 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은 그는 부지런히 홍보활동에 참가한다. 그래서 한동안 ‘미스터 박카스’ ‘박카스 아저씨’라 불리다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는 가수 나훈아씨의 노랫말을 보고 자칭 타칭 ‘카스형’이 됐다.
이런 ‘카스형’이 대회 홍보대사를 맡는 KPGA투어 골프 대회 ‘더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 17일부터 나흘동안 강원도 양양에 있는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다. 더 채리티 클래식은 대회 주최 기업 이름도 호스트인 박상현의 이름도 대회 명칭에서 뺐다. 홍보보다는 사회 공헌에 마음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총상금과 같은 금액인 10억원을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선수들도 상금의 10%를 내놓기로 했고, 갤러리 대상으로 기부금도 모을 예정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KPGA 투어 최초의 민간 기업 후원 회사라는 역사를 지녔다. 1976년 오란씨 오픈을 시작해 2006년 포카리스웨트 오픈까지 이어졌다. 국내 민간기업의 첫 골프 마케팅 사례다. 오란씨 오픈의 명맥을 잇는 더 채리티 클래식을 18년 만에 부활시키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는 ‘카스형’ 박상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송규(28)가 17일 강원 양양의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 11번 홀(파3·197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상품 박카스 1만병을 받았다. /KPGA
-대회 이름에 기업 이름도 넣지 않는다. 어떤 취지에서 생긴 골프 대회인가?
“골프를 사랑하고 아낌없이 후원해 주신 고(故)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님이 만드셨던 오란씨 오픈과 포카리스웨트 오픈의 명맥을 잇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모두의 마음을 모아 채리티 대회로 여는 것이다. 갤러리, 선수, 후원사가 한마음으로 기부금을 모아 심장병과 백혈병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여자골프 인기가 좋은 한국에서 그것도 LPGA투어 대회와 KLPGA투어가 함께 열리는 주에 대회를 열게돼 홍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대회와 홍보 경쟁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눔의 대회이고 선수들이 가장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는 시점만을 고려해 일정을 잡았다.”
-박상현 프로가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다.
“저의 메인 스폰서가 여는 대회인 만큼 조금이라도 대회가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코스 세팅에도 제 의견을 드렸다. 그린 주변 러프를 길러서 실수했을 때 얼마나 리커버리 능력이 있는지 변별력 있는 대회를 만들자고 했다. 경험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여름 무더위에 잔디 관리(페어웨이 벤트그래스, 그린 벤트그래스)가 힘들었을텐데 설해원이 코스 관리를 정말 잘해주셨다. 선수들이 정말 만족해 한다. 다음 주 제네시스 챔피언십도 벤트그래스에서 대회를 치른다. 2주 연속 똑 같은 느낌으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게 됐다. 외국 투어에서 뛰다 온 친구들도 코스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선수들이 대회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 같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수를 위한 바버샵을 운영한다. PGA투어 대회에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TV 중계 시대여서 외모도 잘 관리해야 한다. 평소 바쁜 선수들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 박효원 프로의 아버님이 운영하는 박승철 헤어샵에서 지원을 해주셨다. 이렇게 동료인 KPGA 골프 선수들에게 최적의 조건에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과 정성을 쏟았다. 동아소씨오그룹에서는 120명의 선수 모두에게 설해원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냉장고에는 프리미엄 비타민인 오쏘몰과 박카스, 포카리스웨트, 나랑드 사이다, 모닝케어 등을 꽉 채워놓으셨다. 저도 경기에 나서지만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올해 투어 20년째인 최진호 프로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박상현 프로 만큼 기복없이 꾸준한 활약을 하는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라고 하더라.
“최 프로와는 25년 넘게 골프 인생을 함께 해왔다. 그런 친구가 칭찬을 해주니 정말 고맙다. 제가 매년 기복없는 플레이를 하는 비결이라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과 마음가짐 덕분인 것 같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면서 골프를 치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한다. ‘안맞으면 오늘 안맞는구나, 내일은 잘 맞겠구나’ 생각한다. 골프가 원래 하루 잘 맞으면 하루 안 맞고 그런 알 수 없는 스포츠다. 걱정하면 끝이 없다. 농담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상이 생길 정도로 연습을 하거나 몸을 혹사해서는 안된다. 저도 공이 안맞을 때는 연습을 많이 한다. 감을 잡기 위해서다. 확실히 연습을 많이 하면 좋긴 하지만 몸에 부상이 없도록 효율적으로 해야한다. 평소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체격도 크지 않고 장타를 치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경쟁력이 나오나.
“하루 아침에 스윙은 안 바뀐다. 스윙에 대한 생각보다는 어떻게 코스 공략을 하고 어떻게 해야지 파를 지킬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연구한다. 공이 잘 맞으면 샷이 똑바로 가고 버디가 나온다. 공이 안맞을 때를 생각해서 준비해야 리커버리가 좋아진다. 연습할 때도 똑바로 치는 연습보다도 실수하면 어떻게 파세이브를 할까 포커스를 맞춰서 연습한다. 경기에 나서면 단순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스물 두살 장유빈과 스물 세살 김민규가 대상과 상금 순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장유빈과 김민규 프로가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 장유빈 프로가 먼저 상금 10억원을 KPGA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젊은 선수들이 맞서 싸우면서 KPGA 대회가 더 재미있어졌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1·2라운드를 장유빈, 김민규랑 같이 치면서 멋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명의 선수가 파이널까지 잘 쳐서 우승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마흔 한 살이다. 골프 인생의 목표는?
“영구 시드를 받기 위해서는 20승을 거둬야 한다. 이제까지 프로 통산 14승을 했으니 최소한 6승을 더하고 싶다. 제 골프인생은 9번홀쯤에 있고, 제 인생은 겨우 3번홀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 아직도 할게 많다. 골프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코리안 투어가 더 발전하고 대회도 더 많이 열리고 상금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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