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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요즘처럼 연습이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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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듀크대에 재학 중인 막내아들 강준군과 듀크대 골프 유니폼을 입고 함께 연습하는 최경주(왼쪽). /듀크대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미국 댈러스에 도착한 최경주가 그에게 골프를 배우는 선수, 가족과 함께 햄버거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최경주 옆은 아내 김현정씨. /최경주재단
2024년 최경주(54)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5월 19일 쉰네 번째 생일에 SK텔레콤 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하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우승을 7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해냈다.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은 50세 이상 참가하는 미 PGA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 대회로 이듬해 PGA투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디오픈 출전권도 준다.
최경주의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스쾃 120번, 팔굽혀펴기 25번을 하고 묵직한 악력기를 갖고 논다. 덕분에 40대 후반 때보다 지금 체력이 훨씬 좋다. 예전엔 디오픈의강한 바람에 공이 너무 휘는 구질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일관성 있는 ‘묵직한 페이드 샷(약간 오른쪽으로 휘는 샷)’을 할 수 있다. 이제야 메이저에서 우승할 준비가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정도 세기의 악력기를 다루면 비거리와 정확성이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다.”
“나는 너무 ‘인간적’으로 살고 있었다”는 각성
‘탱크’라는 별명답게 최경주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잘해오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PGA투어 선수들도 넘기 어렵다는 그 ‘쉰(50) 고개’를 최경주도 울면서 넘었다. 골프 선수에게 왜 쉰 고개가 그렇게 힘든지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PGA투어는 매년 성적에 따
라 살아남아야(카드 유지)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40대 들어 한 해 두 해 힘겹게 지내는데 근육량이 줄면서 비거리는 줄어들지, 몸은 아프지, 장난이 아니다.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힘든데 주변에선 예전에 잘하던 것만 생각하니까. 하루빨리 시니어 무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40대 후반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등 국내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금의환향, 축하를 받으며 돌아와서 매번 우승 경쟁을 벌이던 것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줄어든 그의 비거리를 보고는 “나도 저만큼은 치겠다”는 몰지각한 갤러리 반응도 충격적이었다.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최경주는 2018년 갑상샘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 체중이 13㎏이나 줄었는데 회복에 한참 걸렸다.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자존심이 상하고 극도로 예민해졌다. 아내 김현정씨는 이런 최경주에게 “다시 노력하면 예전처럼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 최경주는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그런다”고 받아쳤는데, 김현정씨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그럼 안 아프게 노력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왜 노력할 생각을 안 하느냐”고 오히려 정색을 했다. 최경주의 말이다.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너무 ‘인간적’으로 살고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소폭’도 마시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활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나름 기록해 놓는 게 있는데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 댄 지는 이제 3년 반이 넘었다. 탄산음료 끊은 지는 1년, 커피 끊은 지는 5개월 넘었다. 가끔 행사 때 주는 포도주도 입에 안 댄다. 어쩔 수 없이 햄버거를 먹어야 할 때도 콜라 대신 생수를 마신다. 전에 즐기던 튀김과 탕 등을 멀리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은 전보다 3분의 1을 덜어냈다. 국 종류도 시금칫국이나 전복미역국 등 담백하게 먹고 삼겹살은 수육으로 요리한다. 술과 탄산음료를 끊자 절제된 식사 습관을 갖게 됐다. 하루 세 끼 외에 군것질은 거의 안 한다.”
최경주가 5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주가 7월 28일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의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더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
“아들과 PGA투어에서 경쟁할 것”
듀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강준군도 최경주를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주는 ‘비타민’ 이다. 최경주는 강준군과 PGA투어에서 함께 활약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전보다 몸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했다. 60세까지 경쟁력을 유지해 아들과 PGA투어에서 제대로 실력을 겨뤄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노력이 첫 메이저 우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대학 골프 리그에서 활약 중인 강준군은 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열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최경주가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날 아들은 미국 대학 주요 골프 대회인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경주는 “사실 투어를 뛰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미안하다. 아들이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은 다 아내 덕”이라며 “‘나는 프로가 되기 전까지 언더파도 못 쳤는데, 너는 정말 대단하다’는 식으로 강준이를 격려한다. 기술적으로는 퍼트도 중요하지만, 버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언샷을 잘 쳐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최경주는 평소 아들 또래 골프 꿈나무 6~7명과 댈러스에서 함께 연습한다. 최경주재단의 골프 꿈나무들이 코로나19 때부터 최경주의 자택이 있는 댈러스에서 동계 훈련을 하게 되면서 교포 자녀를 중심으로 배우고 싶다는 지망생이 생겼다고 한다. 최경주는 “레슨을 하면서 이 친구들에게 배우는 것도 정말 많다”고 했다. “가르치면서 스윙하는 내 모습을 꿈나무들이 찍어두고 나중에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동영상을 보면 정작 나는 가르친 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부터 기본에 충실한 스윙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경주는 재단 이사장으로 연간 세 차례 텍사스와 시애틀, 뉴저지에서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를 주최한다. AJGA 대회는 남녀 주니어 선수(14~18세) 78명이 참가하는 대회다. 최경주는 “AJGA 대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꿈나무를 위한 대회이고 최경주재단을 통해 한국의 꿈나무들도 참가하는 뜻깊은 대회인 만큼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즐기는 삶을 너무 버린 것은 아닐까? 그의 말이다. “노력만 하면 인생이 고뇌가 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아침 운동 시간 전에 성경 말씀을 아내와 배운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막내아들과 공 치고, 가끔 큰아들 호준이와 딸 신영이가 댈러스에 오면 편을 나눠서 경기한다. 댈러스에는 6~7명의 골프를 배우는 꿈나무가 있다. 이 친구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내 운동을 한다. 골프 인생에서 요즘처럼 연습이 재미있던 때가 없다. 그동안의 경험과 훈련 방식이 하나가 된 것 같다. 체력이 되면 더 시간을 잘 쓰면서 활기차게 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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