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3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에서 3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18일. 대회 코스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6680야드)에서는 특별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클럽 내 리조트의 인피티니풀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과 비슷하게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캐디, 가족 등과 함께 물에 뛰어드는 퍼포먼스를 한 것.
배소현과 함께 '풍덩 세리머니'를 한 이시우 코치(왼쪽)와 이승하 캐디. /KLPGA
배소현과 함께 물에 들어간 이는 이시우 코치와 캐디 이승하씨. 기분 좋은 표정으로 몸을 던진 배소현은 “더운 날씨였는데 풀장에 들어가니 시원하고 아주 좋더라”며 “대회를 앞두고 (우승자가 입수한다는) 공지가 전달됐고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해가야지’ 생각에 여벌의 옷을 준비했다. 컷 통과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우승하면 빠져야 한대요’라고 장난치면서 기분 좋게 대회를 치렀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이어 동료들도 물에 들어올 것을 권해 윤이나, 서어진이 함께 했다.
7년째 배소현과 함께하는 이 코치도 즐거운 목소리로 옛날 일을 돌아봤다. “고진영 프로와 한 두 달 간격으로 저희 팀에 들어왔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KLPGA투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낙관적이기보다는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1부 투어에 들어왔지만 몇 대회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에 이미 시드전을 걱정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비거리가 꾸준히 늘고 4년 전부터 시드전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몰라보게 자신감이 붙었다. 상금 순위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내년에 더 좋아지고, 그다음에 또 커리어 하이를 찍죠! 뭐’ 주눅이 들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는 만큼 스윙도 시원하게 휘둘렀다. 그만큼 또 거리가 늘었다. 지난해 하나금융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배소현과 함께 라운드한 리디아 고가 ‘언니 드라이버 샷 너무 좋다. 정말 부럽다’고 할 정도였다. 배소현은 리디아 고의 쇼트 게임과 아이언 샷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천재 소녀’로 출발해 화려한 경력을 쌓고 올림픽 금메달로 LPGA투어 명에의 전당 입성을 완성한 리디아 고(27)는 파리 올림픽으로 가기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흘간 이시우 코치와 특별 훈련을 했다. 이 코치는 “전혀 다른 성장 과정이지만 진심으로 노력해서 결실을 보는 선수들이 주는 감동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나이가 드는 만큼 오히려 비거리가 증가하는 배소현에게 ‘회춘 샷’이라는 말을 붙여준 건 박현경이었다. 배소현은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로 힘 빼고 치면 235m, 마음먹고 치면 245m 안팎을 찍었다. 방신실이나 윤이나 같은 KLPGA투어의 최장타자 바로 다음 수준의 장타다.
이 코치는 배소현의 장타 비결은 “선 체력, 후 기술을 꾸준히 실천한 덕분이다”라고 했다. 경기가 없으면 1주일에 5일은 체육관에서 살고, 밸런스와 유연성 운동은 꾸준히 한다고 한다.
배소현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하는 만큼 되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아도 꾸준히 결과를 얻어 나가면서 좋아지는 사람도 있으니 나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회춘 샷이라며 놀라워하는 배소현은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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