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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가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처음 10위 이내 성적이었다. 2022년 목과 어깨 부상을 당하고서 다시는 우승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렸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계기로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4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 


일본 골프의 간판스타 마쓰야마 히데키(32)는 2021년 4월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 챔피언이 돼 그린 재킷을 입어본 골퍼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49· 미국)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 선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지 12년 만이었다. 


19세 대학생이던 2011년 마스터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2010년)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마쓰야마는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예선을 통과해 기적 같은 공동 27위로 대회를 마쳤다. 


당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피해 지역인 센다이의 도호쿠 후쿠시 대학 출신인 그의 활약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빌리 페인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 회장은 “마쓰야마는 우리가 바라던 영웅이다”라고 극찬했다. 마쓰야마는 그 이듬해에도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2년 연속 아마추어 신분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해 예선을 통과했었다. 

마쓰야마의 트레이드 마크는 백스윙 톱에서 멈추는 동작이다. 천천히 백스윙을 시작해 엄청나게 큰 스윙 아크를 만들고,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췄다 내려오는 독특한 템포를 지니고 있다. 마쓰야마는 “2013년 미국 무대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워낙 장타를 치는 PGA투어 선수들과 거리 경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자 공이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정도로 정확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쓰야마는 “특별히 개인 지도를 받은 것은 없고 스윙을 최대한 천천히 해보자는 생각만 했다”며 “클럽을 잠시 멈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느리게 하려고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마쓰야마는 2000년 최경주(54)가 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20년에 걸쳐 형성된 ‘한국 골프는 아시아 최강’ 구도를 흔든 선수이기도 하다. 마쓰야마는 2월 18일(현지시각) 한국의 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후원하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호스트를 맡는 특급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아홉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마쓰야마는 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한 최경주를 넘어 아시아 선수 최다승인 통산 9승을 달성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2024년 PGA투어 8개의 시그니처 대회(특급 대회) 가운데 세 번째로 열리는 대회다. 시그니처 대회는 PGA투어의 총 39개 대회 중 2024년 새롭게 지정한 8개 대회를 말한다. 제한된 인원이 출전하며, 대회 총상금 규모와 페덱스컵 포인트가 일반 대회보다 월등한 것이 특징이다.


1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2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가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 사진 PGA투어
3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후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마쓰야마 히데키(오른쪽에서 세번째). 사진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시그니처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컷 탈락이 있는 대회다. 36홀 이후 공동 50위까지 또는 선두와 10타 차 이내에 든 선수들이 3·4라운드에 진출한다. 우즈가 열일곱이던 1992년 이 대회의 전신인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초청 선수로 PGA투어 대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인연도 있다.

마쓰야마는 3라운드까지 선두 패트릭 캔틀레이(32·미국)에게 6타 뒤져 있었지만 4라운드 1~3번 홀, 10~12번 홀, 15~17번 홀에서 세 차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9언더파 62타를 적어내 기적 같은 역전승을 차지했다. 마쓰야마는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 윌 잴러토리스(28)와 루크 리스트(39·이상 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22년 1월 소니오픈 이후 2년 1개월 만에 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마쓰야마는 상금 400만달러(약 53억원)를 받았다. 마쓰야마는 PGA투어를 통해 “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마루야마 시게키(55·일본)로부터 최경주의 기록을 넘어서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다. “마루야마는 내가 네 번째 PGA투어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이제부터 최경주 선수의 기록을 깨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게 돼 매우 기쁘고 마루야마에게 이 소식을 꼭 직접 전할 것이다.”


마쓰야마는 2022년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허리와 목 부상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늘 또다시 부상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렸다. 올해 초부터 아주 좋아졌다. 잠을 잘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올해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걱정 없이 경기할 수 있어서 좋은 경기력과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마쓰야마는 “우즈가 호스트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며 “리비에라 골프장의 주인도 일본인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독감으로 대회를 기권해서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마쓰야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 골퍼들이 내색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역전당했던 과거를 뼈아프게 받아들여 절치부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사오 아오키(80)가 1983년 하와이 오픈(현 소니오픈)에서 아시아 선수 첫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PGA투어에 진출한 마루야마는 1999년 브리지스톤 오픈, 2001년 그레이터 밀워키 오픈, 2002년 바이런넬슨클래식에서 3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경주가 2002년 컴팩 클래식과 탬파베이 클래식에서 2승을 올리고 2005년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2006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고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8승 고지에 올랐다.


한국은 최경주의 8승을 비롯해 김시우(4승), 김주형(3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임성재(2승), 이경훈(2승), 노승열(1승), 강성훈(1승) 등 25승을 합작하며 아시아 골프의 중심이 됐다.


일본은 마쓰야마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고다이라 사토시(35)가 1승을 거뒀고, 이시카와 료(33)는 준우승을 차지한 적은 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도 한국 선수는 네 명이 나왔으나 일본은 마쓰야마가 유일했다. 마쓰야마의 활약은 한국 선수들에게 선의의 경쟁에 불꽃을 댕겨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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