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핸디캡 2.8로 2022년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가 공개한 역대 대통령 핸디캡 1위에 올랐다. 2위는 바이든으로 6.7, 3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핸디캡 7), 4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핸디캡 8)순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핸디캡은 핸디캡 인덱스를 줄여 말하는 것이다. 골프 핸디캡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1911년 미국골프협회(USGA)가 최초로 난이도 측정 방법인 코스레이팅을 채택하였으며 1987년 슬로프레이팅을 전 세계 골프협회에서 시행했다. 2020년 월드핸디캡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핸디캡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통합됐다.
미국은 미국골프협회(USGA)에 등록된 핸디캡 보유자가 3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핸디캡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아마추어가 프로 경기에 참가할 때 자격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친선 경기 때 핸디캡을 활용해 서로 다른 실력의 골퍼가 경쟁할 수도 있다. 골프장마다 라운드를 하기 위해 핸디캡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트럼프나 바이든의 핸디캡은 끊임없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바이든의 '골프 핸디캡' 논란
2023년 9월 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집회 도중 갑자기 바이든 대통령이 형편없는 골프 실력을 지녔는데 ‘핸디캡’을 속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그가 골프 스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자신의 핸디캡이 6이라고 한다. 핸디캡 6이라면 좋은 골퍼다. 하지만 이 사람은 볼을 제대로 칠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골프 라운드 도중 자주 속임수를 쓴다고 알려진 트럼프가 바이든의 정직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바이든의 골프를 걸고넘어지자 뒷말이 무성했다. 자신의 공이 없어지면 슬쩍 다른 공을 놓고 치는 ‘알까기’, 퍼트 거리가 많이 남았어도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는 ‘기브(OK) 남발’ ‘스코어 대충 적어내기’ 등 트럼프의 각종 골프 속임수를 증언하는 책(‘커맨더 인 치트: 골프가 트럼프를 설명하는 방법’)이 나올 정도다. 저자인 릭 라일리는 “트럼프가 회원인 골프장 윙드풋에서는 캐디들이 트럼프에게 ‘펠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공을 발로 차서 좋은 라이에 올려놓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의 골프 실력도 의문투성이다.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그가 제대로 골프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이 드물다. 우선 78세인 트럼프와 82세인 바이든이 언제 측정한 핸디캡인지를 알 수 없다. ‘골프다이제스트’가 그것까지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인 인증 핸디캡은 원래 계산된 날짜가 같이 표시된다. 평소 실력보다 핸디캡이 좋게 나오는 것은 핸디캡을 산정하는 시스템에서도 기인한다.
처음 핸디캡을 산정할 때는 레이팅(측정·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된 골프장의 18홀 스코어 세 개가 필요하다. 이 경우 좋은 스코어 한 개만 이용하여 핸디캡을 산정한다. 어쩌다 잘 맞은 스코어를 활용해 마음만 먹으면 핸디캡을 좋게 등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코어 20개가 있다면 그중 좋은 스코어 8개의 평균을 사용한다.
"핸디캡은 골퍼 경기력 측정한 값"
핸디캡은 본인이 기록한 라운드 스코어를 공식 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산정에 필요한 최소 조건만 충족하면 다음 날 공인 핸디캡으로 표기된다. 핸디캡이 좋든 나쁘든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접 수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핸디캡이 본인 실력을 정확히 수치화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스코어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을 경우 핸디캡을 관리하는 중앙 단체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나 바이든의 핸디캡을 검토하고 매뉴얼대로 스코어를 기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본인이 소속된 골프클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 핸디캡을 조정할 수도, 심하면 철회할 수도 있긴 하다. 국내의 핸디캡 시스템을 담당하는 대한골프협회의 안형국 차장과 함께 핸디캡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핸디캡은 골퍼의 스코어가 아니라 골퍼 본인의 실력을 스크래치플레이어(핸디캡 0)란 가상의 골퍼와 비교하여 나온 지표다. 핸디캡은 최대 54.0까지 표시되며, 언더파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의 플레이어 핸디캡에는 플러스(+) 기호를 앞에 붙여 사용한다.”
트럼프의 공인 핸디캡이 2.8이라면 파72인 코스에서 74.8타를 반올림한 75타를 친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핸디캡은 라운드할 골프장의 난이도에 맞게 변환해 사용하는데, 이를 코스핸디캡이라고 한다. 핸디캡을 코스 난이도에 맞게 변환할 때 사용하는 값인 슬로프레이팅을 반영해 계산한다. 슬로프레이팅은 스크래치플레이어와 스크래치가 아닌 플레이어를 비교해 도출된 코스 난이도다.”
평균 스코어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골프는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날씨나 코스 셋업 등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모든 골프장이 개별적인 특성과 난이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규격화된 경기장에서 나온 일원화된 통계 수치가 아닌, 골퍼의 잠재적인 실력까지 평가한 경기력을 값으로 수치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핸디캡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핸디캡은 라운드할 코스에서 코스핸디캡으로 계산하여 상대방과 스트로크 개수를 단순 비교할 수도 있고, 본인만의 목표 스코어를 설정하여 라운드할 수 있다.”
골퍼의 핸디캡 평균은 어느정도이며, 핸디캡이 0인 골퍼는 얼마나 되나.
“핸디캡이 보편화된 미국의 경우 남자의 평균 핸디캡이 14.0, 여자 28.0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평균 14.5를 기록하였으며 핸디캡이 0 이하인 경우 0.8%였다. 단, 실제 스코어는 본인의 핸디캡 대비 4~5타 정도 차이가 난다는 통계가 있으며 본인의 핸디캡만큼 플레이하는 경우는 불과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핸디캡이 0인 스크래치 골퍼는 어느 수준의 골프를 이야기하나.
“스크래치플레이어란 모든 골프 코스에서 꾸준하게 파 플레이가 가능한 골퍼다(파72 기준 72~75타). 이런 특징을 일반화해 스크래치플레이어는 티샷을 250야드(여자 210야드) 보낼 수 있으며 470야드(여자 400야드)에서 투온이 가능하다고 설정한다.”
슬로프레이팅이랑 말이 알기 어렵다.
“핸디캡이 낮은 플레이어는 다양한 코스 내 장해물을 쉽게 헤쳐나가는 반면 핸디캡이 높은 플레이어는 장해물이 어렵고 빈도수가 많아질수록 예상 스코어가 높아진다. 따라서 일정한 스코어 패턴을 기록하는 스크래치플레이어를 기준하여 스크래치가 아닌 플레이어가 느끼는 난이도를 상대적으로 표현한 값이 슬로프레이팅이다. 슬로프레이팅 범위는55부터 155까지이며, 평균 난이도인 코스의 슬로프레이팅은 113이다. 미국골프협회가 슬로프레이팅을 개발할 당시 핸디캡이 0인 플레이어와 핸디캡이 20~24인 플레이어와의 스코어를 다양한 코스에서 비교한 적이 있다. 이때 평균 난이도인 모든 코스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비슷하게 1.13배 나오게 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코스를 ‘퍼펙트 밸리(Perfect Valley)’로 표현하게 된 것이 슬로프레이팅 113의 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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