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감기 때문일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가 10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돌연 기권하자 우즈의 건강 상태를 놓고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우즈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7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는 경기위원을 불러 기권 의사를 밝혔다. 우즈는 카트를 타고 가는 도중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우즈가 클럽 하우스로 들어가고 나서 구급차와 두대의 소방차까지 긴급 출동하자 주변의 불안감이 커졌다. 우즈가 지난해 4월 마스터스 기권 후 수술을 받았던 발목이나 전날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던 등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의료진이 탑승한 구급차는 우즈를 태우지 않고 돌아갔다. 경기 기권 2시간여가 지나고서야 기권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이 나왔다. 우즈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인 롭 맥나마라가 질의 응답 형식의 보도 자료와 함께 “우즈가 감기 증세로 현기증을 느꼈다”며 “발목이나 등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밤 10시15분에는 우즈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질병 때문에 기권했으며 인플루엔자로 확인했다. 잘 쉬고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기권 관련 글. /X(옛 트위터)우즈는 전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6개로 1오버파 72타를 기록했다. 우즈는 전과 달리 힘들이지 않고 언덕길을 걸으며 최대 332야드에 이르는 힘찬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우즈는 “실전에 나오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확실히 거리가 더 난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섕크(shank·골프채의 헤드와 샤프트를 이어주는 ‘힐’ 부분에 공이 맞아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를 내는 등 후반으로 갈수록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우즈는 1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16번홀부터 허리 경련이 일어났다”고 털어놓았다.
우즈는 이날 2라운드에서 16살 때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닛산 오픈에 출전했을 때 입은 옷과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즈는 2라운드 기권하기 전까지 1번홀(파5)에서 2온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았으나 4·5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한 상태였다. 우즈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한 개리 우드랜드(미국)는 “우즈가 힘들어 보였다”고 했다.
우즈는 지난해 12월 비정규대회이긴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출전해 4라운드를 완주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즈는 이븐파(75·70·71·72타)로 18위를 했다. 우즈는 “내년(2024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나이키와 결별 후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준비한 새로운 의류 브랜드 ‘선 데이 레드’를 처음 입고 나선 이번 복귀전이 어긋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타이거 우즈가 17일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기권 후 클럽하우스를 떠나고 있다./게티이미지/AFP 연합뉴스2009년 성추문 스캔들이 터진 이후 목과 등, 허리, 발목 등 갖가지 부상이 이어지며 내리막길을 걷던 우즈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후 2018년 투어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019년 마스터스에서 통산 5번째 그린재킷을 입는 등 기적같은 재기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2021년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가다 목숨을 잃을 뻔한 자동차 전복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는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 나 제대로 걷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있었다. 힘겨운 재활 끝에 우즈는 2022년 골프 코스로 복귀했지만 지금까지 6개 대회에서 세 차례 기권(2022년 PGA챔피언십·2023년 마스터스·2024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한차례 컷 탈락 하는 등 예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45위를 한 이후 PGA 투어 정규대회에서는 4라운드를 완주한 적이 없다.
우즈의 다음 복귀전이 언제가 될지 다시 안개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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