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8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착한팬클럽 공동 1호 단체 가입식 및 성금 전달식에는 ‘김희재와희랑별’ 회원들과 ‘남달라’ 회원 5명 등이 함께했다. 사랑의열매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팬덤 기부 문화에 맞춰 팬클럽이 기부의 주체가 되는 착한팬클럽 기부 프로그램을 만든 자리였다. 프로골퍼 박성현 네이버 공식 팬카페 남달라와 가수 김희재 다음 공식 팬카페 김희재와희랑별이 착한팬클럽의 공동 1호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남달라는 2017년부터 사랑의열매 연말 캠페인에 꾸준히 기부해 왔다. 박성현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1억원 이상 기부자)이다.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나눔에 참여하는 팬클럽의 아름다운 마음에 예우를 다하기 위해 팬클럽 전용 기부 프로그램 착한팬클럽을 론칭하게 됐다”며 “스타를 향한 마음을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한 두 팬클럽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오! 나의 프로님’ 특별 프로그램 방영
큐티풀 현경은 박현경 공식 팬클럽으로, 2019년 6월 처음 만들어져 1월 17일 현재 3380명 회원이 있다. ‘큐티풀’은 영어로 큐트(cute·귀여운)와 뷰티풀(beautiful·아름다운)을 합성한 신조어다. 2022년 10월엔 박현경 생일을 맞아 옥외 광고를 준비했다가 해외 지진 피해 성금으로 800만원을 내기도 했다. 이연진 SBS골프편성팀장은 “박현경 선수 팬클럽 분들이 워낙 정성스럽게 뜻을 모으는 모습을 보고 이를 특별 프로그램으로도 제작(‘오! 나의 프로님 박현경’)해 1월 19일 방영했다”고 전했다. 이 특별 프로그램과 함께 팬클럽이 만든 광고도 공개됐다. 이런 사정을 접한 박현경은 “외롭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신 팬들이 최고의 생일 선물까지 만들어주셨다”며 눈물을 보였다.
큐티풀 현경 팬클럽 3기 매니저인 이기일씨는 지난해 박현경이 참가한 30여 개의 KLPGA투어 국내외 대회를 모두 아내와 함께 현장을 찾아 관람할 정도로 열성 팬이다. 제조업을 운영하는 그는 대회 일정에 맞춰 월요일부터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박현경 프로 응원 일정으로 사용한다.
올해 47세인 그의 말이다. “아내와 가끔 골프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현경 프로가 경기하는 모습을 TV 중계로 보고, 멋진 모습에 반했다. 팬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고 2020년 가입하게 됐다. 아내도 며칠 뒤 함께 팬클럽 회원이 됐다. 40대에 이런 모임에 가입해도 될까 생각했지만, 기존 회원들이 신입 회원을 가족처럼 다정하게 챙기는 것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
이기일씨는 “박현경 프로는 인성이 착하고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회원들이 그냥 가는 게 좋겠다고 할 때도 오히려 박 프로가 어디를 가시느냐며 사인하고 사진을 찍는다. 10년 후에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슬럼프 빠진 선수 재기 돕는 팬클럽
팬클럽 회원들은 선수가 잠시 부진에 빠져도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며 재기를 돕는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임희정의 팬클럽 ‘예쁜 사막여우’와 지난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장하나의 팬클럽 ‘하나짱’의 뜨거운 응원은 감동적인 모습이다.
한국 골프의 독특한 팬클럽 문화는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은다. 박성현의 팬클럽 남달라’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LPGA투어 AIG 위민스 오픈에 원정 응원을 갔다. 박성현의 얼굴을 본따 제작한 스티커와 응원 수건, 피켓, 티셔츠 등을 갖추고는 1번 홀 티샷 지점에서 “남달라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 진풍경은 외국 팬과 미디어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팬들이 모임을 형성해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은 해외 여자골프에서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나 볼 수 있다.
매년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의 팬들이 집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23년 파주 서원힐스에서 열린 대회에는 전인지의 팬클럽 ‘플라잉덤보’가 덤보 코끼리 모양 모자를 쓰고 등장했고, 김효주의 팬클럽은 진한 자줏빛으로 응원 플래카드에 ‘슈팅 스타(Shooting Star)’를 새기고 나타나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다. 신지애와 이정은6, 류해림 등을 응원하는 팬클럽 회원들은 순위와 관계없이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와 끝까지 함께했다. 이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시기에는 밤새 댓글 응원을 펼치는 팬들도 있다.
중장년층 위주 골프 팬클럽 문화, 2030으로 확산
한국 골프의 팬클럽 문화는 2010년대부터 활성화하기 시작해 40~50대 중장년층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 골프를 즐기고 장거리 응원도 가능한 이들이 주류였다가 지금은 20~30대로 확산하면서 팬클럽을 통해 골프를 접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촬영 현장에서 볼 수 있던 커피 차가 골프 대회에서 흔한 풍경이 된 것도 열성 팬클럽 회원들이 시작한 것이다.
골프계 팬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자신의 선수를 응원하다 다른 선수에게 방해되기도 하고 골프의 예절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진하 전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잡음이 있었던 초창기와 달리 팬클럽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예절을 지키며 응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활발하고 재치 넘치는 응원 등 한국의 독특한 팬클럽 문화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골프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