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에 대회 3연패를 하기 위해 돌아올 겁니다. 확실히 (PGA 투어) 2승보다는 3승이 멋지게 들리네요. 우승에 대한 축하요? 유럽에서 사 온 화이트 초콜릿을 먹을 거예요.”
김주형(21·영어 이름 Tom Kim)은 매력이 남다르다. 과감한 경기 운영에 타이거 우즈 같은 세계 최고 골퍼가 되겠다는 야망, 그리고 스물한 살 쾌활함이 어우러져 시선을 모은다. 우승 기자회견마저 웃음바다로 만드는 재치는 덤이다.
김주형이 1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PC 서머린(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40만달러)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PGA 투어(이하 PGA) 통산 3승.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 첫 승을 올렸고, 지난해와 올해 10월 이 대회에서 2승을 추가했다. 한국 남자 골프 선수 중 PGA 3승은 최경주(8승), 김시우(4승)에 이어 역대 3번째다. PGA 대회 2연패는 지난해 이경훈(32)이 AT&T 바이런 넬슨에서 기록한 데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우승 상금 151만2000달러를 받아 PGA 통산 상금 1069만7756달러(약 145억원)로 1000만달러 고지도 돌파했다. 지난주 16위였던 세계 랭킹도 개인 최고인 11위로 끌어올렸다.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다.
김주형은 전날 3라운드에서 9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합계 20언더파 264타. 2위 캐나다 애덤 해드윈(36·19언더파 265타)을 1타 차로 제쳤다. 4라운드 경기 초반 6명이 공동 선두에 오르는 등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김주형은 4번 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치고 나갔으나 5·6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9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흐름을 바꿨고 12·1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데 이어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승기를 잡았다. 계속 추격하던 해드윈은 16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며 보기를 한 게 치명타가 됐다. 함께 우승 경쟁을 벌였던 이경훈(32)은 공동 7위(17언더파 267타)로 마쳤다.
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골프 전문 기자 말을 인용, “1912년 존 맥더멋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타이틀 방어를 한 선수”라고 전했다. 맥더멋은 20세 11개월에 US오픈을 2연패했다. 김주형은 이번에 21세 3개월 나이로 2연패를 달성했다. 111년 만이다. 이번에 PGA 3승을 이루면서 1997년 1월 타이거 우즈(48·미국)가 만 21세에 3승을 달성한 뒤 26년 만에 나온 최연소 3승 기록도 남겼다. 대회 자체로 2연패를 이룩한 선수는 1998~1999 년 짐 퓨릭(53·미국) 이후 24년 만. 당시엔 대회 이름이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이었다. 또 김주형 이전 2021년 우승자는 임성재(25)여서 한국 선수가 이 대회를 3년 연속 우승하게 됐다.
PGA 투어는 올해까지 2022-2023시즌으로 운영하고, 2024년부터는 1~12월 단년제 시즌으로 제도를 변경한다. 원래대로라면 전년 9월에서 이듬해 8월까지가 한 시즌이고 이번에 열린 10월 대회는 다음 시즌으로 계산하지만 내년부터 기간 산정이 바뀌는 탓에 이번 대회 역시 2022-2023시즌에 포함하기로 했다. 결국 김주형은 한 시즌에 같은 대회에서 2번 우승한 셈이다.
김주형은 지난 7월 준우승을 차지한 디오픈 대회 기간 발목 부상을 입어 8월 윈덤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김주형은 “부상으로 첫 타이틀 방어 대회였던 윈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해 속상했는데 이렇게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한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우승이 없었던 김주형은 지난 7월 우즈의 전 스윙코치이자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재기를 도운 크리스 코모를 새로운 스윙코치로 삼았다. 코모는 운동 역학 전문가로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스윙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스타일. 분위기를 바꾼 김주형은 지난 8월 최종 30명만 겨루는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지난달 DP월드 투어 프랑스 오픈 공동 6위, BMW PGA 챔피언십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김주형은 지난해보다 15야드가량 비거리가 늘면서도 정확성은 지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날도 최대 344야드에 이르는 드라이버 샷을 날리며 장타 부문 공동 18위(332.30야드)를 기록하며, 페어웨이를 두 번밖에 놓치지 않아 드라이버 적중률 공동 1위(85.71%·12/14)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은 공동 14위(83.33%). 퍼트 수는 공동 24위(1.67타)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