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총상금 1650만 달러) 3라운드까지 5타차 선두를 달린 브라이언 하먼(36·미국)의 경기를 오래 지켜보기는 어렵다. 신중하게 어떤 샷을 할지 선택하는 단계를 거쳐 공을 치기 위한 어드레스를 하고도 일곱 여덟 번씩 고개를 돌려 목표 방향을 흘끔흘끔 보며 샷을 하기 전 클럽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인 왜글(waggle)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키 170cm인 그는 호쾌한 샷보다는 정교함과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 주 무기인 선수다. 수많은 골프팬들이 스윙을 닮고 싶어하는,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의 경기 스타일과는 다르다.
하지만 12년 동안 PGA투어 335차례 경기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의 진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 한 홀 한 홀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회 전체를 응시하는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을 지녔다. 그는 “평생 메이저대회 우승을 꿈꿨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희생했다”며 “매 순간 결단하고 집중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하먼은 23일 밤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리는 디오픈 4라운드에서 디오픈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클라레 저그에 도전한다. 하먼은 3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12언더파 201타를 기록해 5타차 선두를 달렸다. 하먼과 타수 차이는 있지만 한방이 있는 선수들이 맹추격을 벌였다. 지난해 PGA투어 신인왕 캐머런 영(26·미국)영이 5타를 줄여 5타차 2위(7언더파 206타)로 올라섰고, 세계 3위 욘 람(29·스페인)은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아내며 선두 하먼에 6타차 3위(6언더파 207타)로 나섰다. 람이 3라운드에서 기록한 8언더파 63타는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의 새로운 코스 레코드다. .
각종 기록은 그의 우승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를 보낸다.
메이저대회에서 지금까지 5타 이상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가 역전패한 사례는 두 차례밖에 없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그레그 노먼(호주)이 6타차 선두를, 1999년 디오픈에서 장 반 데 발데(프랑스)가 5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해 비운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최근 40년간 메이저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5타 차 이상 1위를 차지했던 8명이 모두 우승했다. 하먼은 2라운드까지도 5타차 선두였다.
세계랭킹 26위인 하먼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014년과 2017년에 1승씩 따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2017년 US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당시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브룩스 켑카(33·미국)에 우승을 놓쳤다. 하먼은 지난해 ‘골프의 고향’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하고는 “참고 인내해야 하는 링크스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하먼이 우승하면 1963년 밥 찰스(뉴질랜드), 2013년 필 미켈슨(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디오픈을 우승한 왼손잡이 골퍼가 된다.
하먼은 누가 최대의 적인지도 알고 있다. 그는 “최대의 적은 다른 선수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며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나의 경기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하먼은 3라운드까지 샷, 경기 운영, 마인드 콘트롤 등 모든 걸 훌륭하게 해냈다.
하먼은 3라운드 1번 홀(파4)에서 티샷을 잘하고도 두 번째 샷이 길어 보기를 한 데 이어 4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추가해 급격히 흔들렸다.
게다가 같은 조에서 경기한 토미 플리트우드(32·잉글랜드)가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자동차로 45분 거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여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하먼은 바로 5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고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 9홀을 이븐파로 맞췄다. 하먼은 12번 홀(파4)과 13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다시 간격을 벌렸다. 2라운드까지 5타차 2위였던 플리트우드는 이날 1타를 잃고 7타차 공동 4위(5언더파 208타)로 밀렸다.
2014년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우승했던 매킬로이는 선두에 9타 뒤진 공동 11위(1언더파)였다.
김주형(21)이 3타를 줄이며 매킬로이와 공동 11위(3언더파)에 올랐다. 임성재(25)가 4타를 줄이며 공동 17위(2언더파)로 올라섰고, 1타를 줄인 안병훈(32)이 공동 24위(1언더파)였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7·미국)는 공동 63위(4오버파 217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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