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14일 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 4라운드 4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낮과 밤이 정반대인 시차도, 익숙하지 않은 잔디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스타 임성재(25)를 막을 수 없었다.
임성재가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5타차 역전승을 이뤘다. 임성재는 3라운드까지 선두 최진호에 5타 뒤진 공동 4위였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2위 이준석(35)을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코리안투어로는 드물게 나흘간 2만148명의 팬이 몰려 ‘임성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종 라운드에는 1만1213명이 몰려 임성재와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펼치는 장타와 묘기샷을 즐겼다.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18위)이 가장 높은 임성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차례 우승하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 4년 연속 30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나선 한국 골프의 자랑이다. 이날 임성재와 명승부를 벌였던 이준석은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도 2021년 코오롱 한국오픈과 2022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이준석은 11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선두에 나섰으나 마지막 홀에서 투온에 성공하고도 파에 그쳐 2위로 밀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임성재는 이날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는데도 러프에서 공을 높이 띄워 홀 주변에 세우는 플롭샷, 거리 조절이 쉽지 않은 50야드 안팎의 벙커샷 등 묘기에 가까운 샷으로 팬들 갈채를 받았다.
임성재는 3년 7개월만에 국내 대회에 나섰는데 그때도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임성재는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5위였다가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했다가 대회 전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 적이 있다.
임성재는 지난 8일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마치고 9일 오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열린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한국의 시차는 13시간이었다. 임성재는 10일 공식 연습라운드 한번 돌고 대회에 나섰다. 임성재는 “공이 잔디 위에 약간 뜨는 한국 잔디에서 거리 조절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임성재는 첫날 고전 끝에 공동 24위로 출발해 2라운드 공동 8위, 3라운드 공동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이날 최종 라운드 6·8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9번홀(파5) 버디를 시작으로 타수 줄이기에 나섰다. 임성재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순위표를 보니 선두로 나선 이준석 프로님과 타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임성재는 11번홀(파4)에서 버디, 12번홀(파5)에서 이글, 13번홀(파4)에서 버디 등 3개 홀에서 4타를 줄이며 이준석(35)과 공동 선두에 나섰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605야드)에서 갈렸다. 임성재가 1.5m 버디 퍼트에 성공했으나, 이준석이 그보다 가까운 1m 남짓한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임성재는 티샷이 332야드가 날아갔으나 러프에서 친 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홀까지 41야드를 남기고 친 벙커 샷을 홀 가까이 붙여 승부를 결정짓는 버디로 연결했다.
이날 11언더파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최진호(39)는 3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는 등 5타를 잃고 6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임성재는 18일 개막하는 PGA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한다. 임성재는 “피곤한 일정이지만 우승을 한 좋은 기분을 갖고 미국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코리안투어로는 드물게 1만1000여명의 팬이 몰리는 등 나흘간 2만148명의 팬이 임성재와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펼치는 샷의 향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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