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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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과 협의하는 서원 밸리 컨트리클럽 이석호(오른쪽 앞쪽) 사장 등 관계자. 사진 민학수 기자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서원 힐스는 2012년 18홀 추가 개장(총 27홀) 이후 젊은 골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사철 푸른 잔디인 양잔디에 아름다운 주변 풍광과 넓은 코스로 점수도 잘 나오고 사진 찍기도 좋아 200만 명의 내장객이 다녀갔다. 성공한 대중제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은 2000년부터 매년 방탄소년단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이 참가하며 글로벌 한류 콘서트로 성장한 ‘그린 자선 콘서트’를 여는 서원 밸리 컨트리클럽(18홀)이 운영하는 코스다. 서원 힐스와 서원 밸리 두 코스도 붙어 있다. 이제 초보자에게도 관대했던 서원 힐스의 쉬웠던 그 코스는 다시 만날 수 없다. 2023년 10월 19일부터 나흘간 국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코스로 선정돼 완전히 새로운 코스로 단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원 힐스는 4월 7일부터 세 개 홀씩 공사를 진행하면서 홀마다 페어웨이 절반과 그린 주변의 모든 잔디를 들어내어 공사하고 있다. 페어웨이 및 그린의 모양을 새롭게 가다듬고 코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86개의 벙커를 신설하거나 개선하고 20여 개의 벙커를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골프장을 보유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은 수시로 작업 현장을 찾아 “세계적인 선수들이 정상의 기량으로 경쟁할 수 있는 세계 일류 골프장을 만들어 보자”며 직원들과 함께 움직였다.


여자 골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LPGA투어 코스가 되기 위해 ‘천지개벽’을 하는 서원 힐스를 가보았다. 서원 힐스의 남 코스는 이미 상당 부분 작업이 진행돼 거대한 벙커들이 곳곳에서 위협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남 코스는 5월 7일까지 작업을 완료하고, 서 코스도 6월 10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엄청난 속도전이다. 


입술이 부르튼 이석호 서원 밸리 컨트리클럽 사장은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모든 골퍼가 갖는 도전 욕구를 깨워줄 수 있는 코스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어십 코스로 선정된 서원 힐스는 4월부터 3개월 동안 코스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민학수 기자

대회 주최사인 BMW코리아가 올해 대회를 서원 힐스에서 개최한다고 밝힌 것은 4월28일이다. 4월 27일 중구 BMW 코리아 본사에서 서원 밸리 컨트리클럽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2019년 창설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2019년과 2021년 대회를 부산(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에는 강원도 원주(오크 밸리 컨트리클럽)에서 대회를 치렀다. 한 곳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BMW 코리아는 매년 대회 코스를 바꾸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BMW 코리아의 한상윤 대표는 “전 세계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22년부터 각 지역 명품 코스를 순회하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도권에서 처음 열리는 만큼 지역 사회를 연계한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으로 최고 수준의 지속 가능성을 키워 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남 코스 9번 홀 그린사이드벙커 시공 상태를 점검하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사진 민학수 기자

LPGA투어와 BMW 코리아가 올해 대회 코스를 내정한 것은 지난해 대회가 열린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등규 회장은 “10월 초 LPGA투어 측에서 원주 오크 밸리에서 열리는 대회 갈라 만찬과 프로암에 우리를 초청한 게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바로 LPGA투어 전문가들이 서원 밸리(18홀)와 서원 힐스(27홀)를 답사했다. 그 자리에서 LPGA투어 존 밀러 어그로노미스트(농학자란 의미인데 골프에서는 코스 세팅 책임자를 이른다)는 서원 밸리보다 서원 힐스가 대회를 개최하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애초 LPGA투어는 서원 밸리를 대회 개최 코스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원 힐스가 양잔디 코스를 갖추고 있는 데다 대회에 사용할 수 있는 별도 건물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대회 그랜드스탠드가 서는 18번 홀의 갤러리 수용 능력도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18번 홀 인근에 있던 과수원을 옮기고, 스무 그루의 소나무도 옮겨 놓자 갤러리를 위한 널찍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27홀이다 보니 아예 홀 하나를 선수들의 연습장 코스로 활용하기로 하고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떤 투어든 대회 코스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갤러리 동선과 규모다. 아무리 코스가 좋아도 충분한 갤러리가 입장할 수 없고 경기를 보기 위한 동선이 불편하다면 프로 골프 대회 코스로는 부적합하다. 서원 밸리 컨트리클럽은 서원 밸리와 서원 힐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그린 자선 콘서트를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한 경험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하루 2만 명 이상 모두 12만 명의 관람객을 예상한다. 

코스 리뉴얼의 청사진을 그려줄 코스 설계자로는 미국 골프 매거진이 꼽은 세계 최고 코스 설계자 50인에 포함된 데이비드 데일을 선택했다. 데일은 제주 나인브릿지, 아일랜드 CC 등 다양한 국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한국의 자연환경에 익숙하고 많은 내장객을 받는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데일과 함께 서원 힐스 리뉴얼 기획 미팅을 진행했다. 

올해 2월 초 리뉴얼 검토안을 놓고 LPGA와 서원 힐스는 의견 조정에 들어갔다. LPGA는 대회 코스로 사용될 18홀 전체를 새롭게 세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연간 18만 명이 내장하는 코스 영업 일수가 상당 부분 줄게 돼 골프장 측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지난 3월 LPGA투어 경기 임원인 애니 잔그로소가 방한해 양측이 다시 협의에 들어갔다. LPGA투어는 “기존 코스가 일반 골퍼에게는 훌륭하고 재미있는 코스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며 “벙커를 포함해 샷의 가치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위협 요소를 충분히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원래 코스대로 대회를 하면 우승 점수가 30언더파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18홀 전체 리뉴얼 공사를 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서원 힐스의 변신 과정은 ‘평면에서 입체로’ ‘편안함에서 위협적으로’였다. 기존에는 티샷부터 편하게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앞으론 티샷부터 어떤 구질로 어떤 곳을 공략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코스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는 게 벙커였다. 벙커를 활용해 페어웨이와 그린의 선을 재조정하자 전혀 다른 코스가 됐다. 특히 능선처럼 굽이치는 벙커 립스(bunker lips)를 입체적으로 만든 것은 국내 최초라고 했다. 

새로 만들거나 보강 작업을 하는 86개의 벙커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깊고 위협적인 스타일이다. 페어웨이는 켄터키 블루, 그린은 벤트그래스여서 벙커는 은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LPGA투어 선수들의 티샷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210~230m 지점에 페어웨이 벙커를 만들고, 그린 옆에는 벙커를 바짝 붙여 핀 위치에 따라 난도를 크게 높였다. 위험 요소를 극복할 경우 그에 따른 적절한 리워드를 주는 ‘리스크 앤드 리워드’가 분명한 코스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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