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허리 부상과 그를 골퍼로 키워준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던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36·호주)가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시즌 2승째에 도전하던 김시우는 아쉽게 1타차 공동 2위를 차지했다. PGA투어 통산 4승을 올린 김시우는 준우승도 이번이 네 번째다.
김시우가 15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최종라운드 2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데이는 15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뽑아내며 9언더파 62타를 쳐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했다. 이날은 미국에서 어머니의 날이어서 감격이 더했다. 이 대회는 2010년 데이가 PGA투어 첫 우승을 거둔 곳이었다.
데이는 2018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며 PGA투어 통산 13승째를 기록했다. 데이는 2015년 5승, 2016년 3승을 거두며 세계 1위에 올라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데이는 어린 시절 우즈가 쓴 책을 읽으며 골프의 꿈을 키운 대표적인 ‘타이거 키즈’다.
우즈의 후계자로 꼽히던 데이는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5년 넘게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2022년 세상을 떠나는 과정에서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데이는 아일랜드 출신 이주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쓰레기장에서 주워다 준 아이언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가난한 살림에 술주정을 하던 아버지였지만 데이가 여섯살 때 골프장 회원으로 등록시켜줄 정도로 아들을 사랑했다. 데이는 12살 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알콜 중독에 빠지며 어두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런 데이가 최고의 골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에서 건너와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식에 헌신한 어머니 덕분이었다. 데이의 어머니는 집을 팔아 데이를 골프 코스가 있는 기숙학교에 입학시키며 아들의 꿈을 키워주었다. 2017년 폐암 수술을 받은 데이의 어머니는 1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데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삶을 이어갔었다. 데이는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우승을 어머니에게 바쳤다.
데이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한 오스틴 애크로트(미국), 라이언 파머(미국), 더우저청(중국)에 2타 뒤진 공동 4위였다. 김시우와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데이와 나란히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데이는 3~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는 등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9·10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12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데이는 14·15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데이는 18번홀(파5)에서 티샷이 러프로 들어갔지만 두번째 샷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레이업 한뒤 세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승부에 쐐기를 박는 버디를 추가했다.
지난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넉 달 만에 우승에 도전한 김시우는 16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이 거의 홀에 들어갈 정도로 정확한 샷으로 버디를 추가해 데이를 1타차로 추격했다. 김시우는 18번홀에서 투온을 시도한 우드 샷이 아쉽게 짧아 벙커에 빠졌고, 버디로 마무리하며 공동 2위로 마무리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애크로트가 김시우와 함께 공동2위가 됐고, 세계랭킹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공동5위(20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강성훈이 안병훈과 나란히 공동14위(17언더파)에 올랐다. 김주형이 공동 34위(13언더파)에, 배상문이 공동 43위(12언더파)에 올랐다. 2021년과 작년에 2연패를 달성했던 이경훈은 김성현과 함께 공동50위(1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첫날 11언더파60타를 쳤던 노승열은 공동 74위(7언더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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