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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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그린 재킷을 입고 하늘에 인사하는 욘 람사진 PGA투어


스페인 장타자 욘 람(29)은 4월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의 우승 상징인 그린 재킷을 걸쳤다. 첫 마스터스 제패로 람은 2021년 US오픈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2승째를 올렸다. PGA투어 통산 11승. 세계 랭킹은 3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우승 상금 324만달러(약 43억원)를 챙겼다. 람은 스페인 출신으로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1983),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1999), 세르히오 가르시아(2017)에 이어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입었다. US오픈과 마스터스를 우승한 첫 유럽 골퍼가 됐다. 특히 람이 우승한 날은 스페인의 골프 영웅인 바예스테로스가 두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고 40주년이 되는 해이자, 그가 살아있었다면 66번째 생일이 되는 날이었다. 바예스테로스는 11년 전 5월 7일 뇌종양으로 54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으로 출범한 LIV 골프 선수들의 도전이 거셌으나 람이 그린 재킷을 지키면서 PGA투어의 수호자가 됐다. 람이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나란히 공동 2위(8언더파)를 차지한 LIV 골프 소속의 필 미켈슨(미국)과 브룩스 켑카(미국)를 4타 차로 제쳤다. 대회 이틀째부터 엄청난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람은 마지막 4라운드에 켑카에게 2타 뒤진 2위로 출발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람은 거구(188㎝·100㎏)에 320야드를 가볍게 날린다. 장타 능력이 있으면 대개 쇼트게임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람은 정반대다. 그린 주변 마무리 능력도 PGA투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람은 선천적으로 오른 다리가 1㎝ 이상 짧고 발목이 기형이라 골반 회전이 잘 안 되는 약점을 짧은 백스윙과 빠른 다운스윙으로 극복하고 있다. 여기에 마스터스를 거치며 “15번째 클럽이라 불리는 멘털 능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기 드문 악천후로 대회 이틀째부터 경기가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고 마지막 날 3라운드 잔여 경기 12홀에 4라운드 18홀까지 30홀을 돌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한때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회 중에도 다혈질 성격을 그대로 분출해 람보란 별명이 꼭 들어맞는 선수였는데 그마저 극복했다. 이제 ‘람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 그의 마스터스 정복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보았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는 욘 람. 사진 PGA투어

‘꿈의 무대’ 마스터스 정상에 올랐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로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 마지막 4라운드 18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쳤을 때, 팬들 반응으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다.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눈물을 흘릴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마스터스 우승이 나와 스페인 골프에 주는 각별한 의미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네 번째 스페인 선수가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말 행복하다.” 

세베 바예스테로스에게 마스터스 우승 상징인 그린 재킷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골프는 오랜 역사와 전통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골프 선수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이제는 고인이 된 세베를 존경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가 유럽 팀 주장으로 나섰던 1997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을 보면서 골프 선수가 될 결심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 대회로 인해 골프와 사랑에 빠졌다.”



1997년 라이더컵은 스페인의 남부 소토그란데의 레알 클럽 발데르라마에서 열려 유럽이 14.5점으로 미국(13.5점)을 1점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우승했다. 당시 캡틴(주장)이 스페인의 바예스테로스였다. 이후 유럽은 2018년 대회까지 홈에서 무려 7연승을 달렸다. 스페인에 엄청난 골프 붐을 일으켰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사전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에 아내와 딸과 함께 참여한 욘 람사진 PGA투어

바예스테로스에게 무엇을 배웠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는 ‘지나간 홀보다 남은 홀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을 줬다. 마지막 홀 티샷 실수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파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한 것은 꼭 예전 세베의 모습과 비슷했다고 자부한다. 비록 내가 이걸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우승을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서 일어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분명히 세베가 오거스타에서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믿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날 보기를 하나밖에 안 하고 우승한 것은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힘이 작용했다고 믿는다.” 

마지막 날 30홀 동안 브룩스 켑카와 대단한 접전을 벌였다.
“브룩스에게 2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하게 됐지만 그를 뛰어넘으려면 침착하게 경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룩스와 동타인 상황에서 4번 홀 티 박스에 올랐을 때, 내 목표는 브룩스를 더 깊은 고민에 빠트리는 것이었다. 내가 좋은 샷을 치거나 버디 기회를 만드는 모습을 브룩스가 보길 원했고, 계속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고, 좋은 샷을 해서 그에게 더 강한 압박감을 주고 싶었다.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 6번 홀에서 선두로 올라서고 절대 추격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날씨 상황에서는 한번 밀리면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았다.”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다. 정말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경기 중에 ‘안 되겠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있고, 긴장감은 항상 있었다. 중반까지 격차가 크지 않아서 10번, 11번, 12번 홀이 훨씬 더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내 게임에 자신이 있었고, 게임을 풀어갈 전략도 있었기 때문에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위기라고 느낀 순간은.
“마지막 날 오전 3라운드 잔여 경기를 하는 16번 홀에서였다. 13번 홀에서 3퍼트, 15번 홀에서 3퍼트를 하고, 16번 홀에서 끔찍한 샷을 쳐서 보기를 했다. 적어도 그 세 번 중 한 번은 실수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너무 화가 났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마음을 추스르고 마지막 두 홀에서 두 번의 좋은 파를 기록해 목표로 했던 챔피언 조에 들어갔다. 우승할 기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홀 티샷이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프로비저널 볼(잠정구)까지 쳤다.
“4타 차 선두로 18번 티 박스에 올라갔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일주일 내내 캐디 애덤 헤이즈에게 내가 로 페이드 샷을 얼마나 잘 치고 있는지 이야기했는데, 일종의 벌을 받은 것 같다. 하하하. 티샷을 실수해서 나무를 맞혔고, 다행히 볼이 페어웨이에 들어왔으나, 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평생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긴 했는데, 마지막 18번 홀 티샷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14번 홀의 두 번째 샷을 가장 기억하고 싶다. 그날 가장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홀 2m에 붙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파이터 같았다.
“나는 선두에 있을 때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내 경기 모든 부분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승리욕과 결단력이 나를 파이터처럼 보이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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