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우즈·LIV 미켈슨, 두 앙숙이 붙는다

2일(현지 시각) 오후 3시. 스마트폰에 속보가 떴다. “타이거 우즈 오거스타 도착.” 황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우즈(48)가 연습을 위해 필드에 나타나자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이 그를 반갑게 맞았고 어떻게 알고 나타났는지 기자들과 대회 관계자들이 우즈가 골프채를 휘두를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소셜미디어는 난리가 났다. 미 스포츠 매체들은 “출전할지 말지 확답을 안 줬던 우즈가 연습하러 왔다는 건 이제 마스터스 흥행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다.

6일 막을 올리는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언제나 화제의 중심인 우즈의 출전 외에도 PGA와 LIV 소속 선수들 간 신경전, ‘코리언 브러더스’의 야망 등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이를 5가지로 요약했다. LIV는 기존 미국 중심 PGA 골프 투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골프투어 대회다.

남자 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타이거 우즈(왼쪽)가 3일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연습하고 있다. 우즈의 오랜 라이벌인 LIV골프 소속 필 미켈슨(오른쪽)도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로이터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①우즈와 미켈슨: 엇갈린 운명

우즈와 필 미켈슨(53)은 오랫동안 사석에서도 말을 섞지 않던 냉랭한 라이벌이었다. 2004~2010년 우즈 스윙 코치로 일했던 행크 헤이니는 저서 ‘빅 미스(The Big Miss)’에서 “우즈는 미켈슨이 지나치게 아는 척을 많이 하는 백인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미켈슨에게 우호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건 백인 기자들 인종적 편견 때문이고, 미켈슨을 ‘포니(phony·사기꾼)’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둘은 2018년 4월 마스터스를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함께했고, 그해 11월 총상금 900만달러를 걸고 맞대결하는 이벤트 대회를 치르는 등 잠시 유화 국면을 가졌다. 그러나 미켈슨이 지난해 LIV 골프 출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우즈는 이에 맞서 PGA를 지키는 총사령관을 자처하면서 다시 갈라섰다. 마스터스는 둘 모두에게 텃밭 같은 곳이다. 우즈는 마스터스 챔피언을 5번(1997·2001·2002·2005·2019), 미켈슨은 3번(2004·2006·2010) 우승했다. 둘 다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해도 코스를 손바닥처럼 꿰뚫고 있어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②PGA 대(對) LIV: 18번홀 샴페인 주인공은

LIV 골프 CEO 그레그 노먼(68·호주)은 “LIV 선수들이 우승할 것에 대비해 18번 홀 그린에서 샴페인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LIV 소속 선수 중에선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3·미국), ‘퍼팅 왕’ 캐머런 스미스(30·호주), 전 세계 1위로 2020년 마스터스에서 첫 20언더파(268타) 신기록을 세웠던 더스틴 존슨(39·미국) 등 18명이 마스터스 정복에 나선다. PGA 선수들도 현 세계 1~3위를 앞세워 외세 침략에 맞선다. 1위이자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27·미국), 2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3위 욘 람(29·스페인)이 그 첨병들이다.

③‘코리안 브러더스’의 그린 재킷 도전

코리안 브러더스 4인방도 난공불락이던 마스터스에 눈독을 들인다. 임성재(25·세계 18위)는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한 2020년 공동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마스터스는 정확한 골프를 하는 한국 선수에게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2승을 거둔 김주형(21·19위)은 4일 주요 선수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즈 30분 전에 인터뷰 순서가 잡히는 등 기대를 모은다. 올해 하와이 소니오픈에서 PGA투어 4승째를 거둔 김시우(28·39위)와 지난해 바이런 넬슨에서 한국 선수 첫 대회 2연패를 차지했던 맏형 이경훈(32·41위)도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④거리 늘어난 ‘호구 홀’을 잡아라

마스터스가 벌어지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1~13번홀은 난도가 둘쭉날쭉해 승부를 가르는 구간이다. ‘아멘 코너’라 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13번홀(파5)은 지난해까지 전장 510야드로 이글이나 버디를 못 잡으면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호구 홀’로 통했다. 숲을 따라 페어웨이가 왼쪽으로 꺾이는 홀인데 드라이버로 270m를 치면 숲을 가로질러 칠 수 있었다. 장타자 중에는 심지어 웨지를 잡고 투온하는 선수들까지 나왔다. 올해는 티잉 구역을 35야드 뒤로 빼 숲을 넘겨 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장타자도 미들 아이언이나 긴 아이언을 잡아야 투온이 가능하도록 했다.

⑤‘꽃샘 비바람’ 누구에게 득이 될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2일 밝힌 금주 날씨는 2라운드부터 비 올 확률이 70%, 시속 15~20마일 강풍이 분다는 예보다. 8~9일엔 기온도 섭씨 10~14도로 뚝 떨어질 전망. 비가 오면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유리알 그린은 다소 누그러진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샷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인내심이 강하고 위기 관리에 능한 선수들이 위력을 발휘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교통사고 등) 수술 자국을 지닌 우즈가 힘을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