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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LPGA


국내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3월 17일부터 사흘 동안 전남 여수 디오션 컨트리클럽에서 ‘디오션 비치콘도·발리스틱컵 골프구단 대항전’을 열었다. KLPGA투어의 정상급 선수인 박민지(NH투자증권)와 박현경(한국토지신탁), 이정민(한화큐셀), 이소영(롯데) 등 12개 구단에서 40여 명이 참가해 팬들에게 동계 훈련 기간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KLPGA 골프구단 대항전은 세계 골프계에서 보기 드문 형식의 이벤트 대회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도 선수에 대한 기업의 개별적 후원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한국 같은 골프구단 형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비롯해 화장품, 건설, 에너지 회사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구단은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선수 이미지를 기업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거나 구단 행사에 선수를 초청하기도 한다.


디오션 비치콘도·발리스틱컵 골프구단 대항전은 골프 해설위원 경력 30년의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이 기획했다. 그는 경기 중 선수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서산수 맞수 한판’을 비롯해 KLPGA투어에서 한 해 동안 우승한 선수 가운데 시즌 점수에 따라 출전하는 ‘LF 왕중왕전’ 같은 다양한 이벤트 대회를 기획한 경험이 있다. 팬들이 좋아하는 흥미 요소를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김재열 골프 해설위원. 사진 조선일보 DB

그는 국내 대회가 없어 대부분 스타 선수가 일본으로, 미국으로 떠나던 시절부터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한국 골프의 역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이들 중 한 명이다. 최근 KLPGA투어는 더는 대회를 열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반면 한국 여자 선수들의 해외 무대 장악력은 크게 떨어진다. 그는 미국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져 미국 켄터키주 골프장에서 헤드 프로를 하다 귀국해 해설 마이크를 잡은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오션 컨트리클럽. 사진 민학수 기자

디오션 비치콘도·발리스틱컵 골프구단 대항전은 독특한 경기 방식으로 치른다.
“구단별로 선수 두 명씩 출전해서 1·2라운드는 한 개의 볼을 두 명의 선수가 번갈아 치는 변형 포섬 방식(티샷은 각자 공으로 한 뒤 유리한 하나의 볼을 교대로 경기)으로 하고 최종 3라운드는 두 선수가 각자 볼을 치되 더 좋은 위치의 볼을 선택해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치러 합산 타수로 순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동계 훈련을 하다 보면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 선수마다 타수를 따지는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으로 하면 정상급 선수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팬들은 우리 여자 골프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버디와 이글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실수할까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공격 중심의 경기를 할 수 있는 포맷을 생각해보았다. 시즌에 들어가면 같은 구단 선수라도 경쟁 관계가 되지만, 이 대회에서는 한 팀이 돼서 상의하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KLPGA 골프구단 대항전도 독특하다.
“KLPGA가 많이 성장하면서 선수 한 명을 후원하는 구단까지 헤아리면 40개가 넘는 골프구단이 생겼다. 이런 구단들의 후원 덕분에 골프 선수들은 훈련에 전념할 수 있다. 한국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아무래도 4월 개막전까지 시간 공백이 많다. 골프구단 대항전은 선수와 구단, 중계 방송사 모두에게 도움 될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난해 전격적으로 만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팬들이 직접 경기를 볼 수 없었지만, TV 시청률이 기대 이상으로 아주 높게 나왔다. 많은 팬이 여자 골프를 기다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구단과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대표적인 프리 시즌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됐다.”

4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120명씩 출전하는 투어 대회 못지않게 시끌벅적하다.
“프리 시즌 이벤트 대회인 만큼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가족들이 와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구단 관계자들과 골프 관계자들 중 가능한 사람 모두를 초청하려 했다. 그래서 구단별로 두 명씩 출전하는 형태지만 대여섯 명이 와서 라운드마다 교대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캐디들도 비용 부담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고 캐디 비도 지원해준다. 타이틀 스폰서인 디오션과 발리스틱에서 많은 투자를 해준 덕분이다. 총상금 6000만원에 우승 3000만원, 준우승 2000만원, 3위 1000만원이 주어졌다. 4~12위 팀에도 각각 600만원의 출전 수당이 지급됐다.”

KLPGA투어는 급성장했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갈수록 줄어든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세계 골프는 일단 파워 시대가 막을 올렸다. 길게 치는 선수도 정교함과 기술을 장착했기 때문에 정교함만을 추구하는 골프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최근 2년간 두각을 나타낸 미국의 넬리 코르다, 태국의 빠팡꼰 타와타나낏, 필리핀의 유카 사소 등 20대 초반 외국 선수 모두 이 같은 파워 시대를 대표하는 골퍼들이다. 태국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연습량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결과, 집중력 있게 훈련하고 승부에 모든 걸 걸던 한국 선수의 장점도 갖고 있다. 반면 국내 투어가 발전하면서 예전 같은 한국 선수들의 도전정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KLPGA투어의 인기와 세계 무대의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방송국에서 골프 예능 프로를 만드는 등 골프 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업 홍보팀에서도 골프를 통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골프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투어 인기는 유지될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여자 골프가 다음 파리 올림픽에서도 성적을 못 내는 등 최근 몇 년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PGA투어가 유러피언투어와 같이 세계화를 추구하듯이 KLPGA도 문을 활짝 열어서 세계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너지 효과로 주니어 교류 등 지금과는 다른 방향이 보일 것이다.”

미국 유학도 좋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유학은 좋은 골프 환경에서 골프 실력을 기르고 영어 및 일정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유럽, 태국 등 다양한 선수가 점점 더 미국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골프 실력이 충분한 만큼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기본 학습 능력을 갖춘다면 장학생으로 세계 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30년 경력의 골프 해설자다.
“정확하게 27년째다. 미국과 한국의 골프 대회를 1000라운드 이상 생중계했다. 1997년 한국스포츠TV에서 골프 중계를 시작해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정상에 서는 경기를 해설하며 ‘천직’임을 발견했다. 새벽엔 미국 골프 대회를 중계하고 낮엔 한국 대회를 중계하는 식이었지만, 한국 선수들 활약을 전하는 보람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세리 키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국 골프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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