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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과 자기 절제로 ‘왕중왕전’우승한 욘 람사진 PGA투어


스페인의 골프 장타자 욘 람(29)은 새해 첫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왕중왕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0만달러)에서 7타 차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람은 1월 9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를 묶어 10언더파 63타를 적어내며 최종 합계 27언더파 265타를 기록했다. 람은 2위 콜린 모리카와(26·미국)를 2타 차이로 제치고 지난해 5월 멕시코오픈 우승 이후 8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8승째를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270만달러(약 33억원)였다.

이 대회는 2022년 PGA투어 우승자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살아남은 30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 ‘왕중왕전’이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20위 이내 17명 등 39명이 출전했다. 

람은 지난해 33언더파를 치고도, PGA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인 34언더파를 몰아친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털어버렸다. 당시 람의 33언더파도 2003년 이 대회의 전신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세웠던 예전의 최다 언더파 기록인 31언더파를 넘어선 기록이었다. 

람은 3라운드 선두였던 콜린 모리카와(미국)에게 7타 뒤진 공동 5위로 4라운드를 출발해 1번 홀에서 보기를 해 모리카와에게 9타 차까지 뒤졌다. 하지만 람은 후반 12~15번 네 개 홀에서 버디 3개와 이글 1개로 5타를 줄이는 등 마지막 날 10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후반 3홀 연속 보기 등 난조에 빠진 모리카와를 제치고 역전에 성공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말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다. 람은 어떻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일까? PGA투어를 통해 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해 첫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왕중왕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7타 차 대역전 우승을 차지한 욘 람의 경기 모습. 사진 PGA투어

이번 대회 우승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이 대회에서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나 준우승하고 이번에 우승했다. 하와이는 좋은 기억들이 참 많다. 지난해 이곳에서 33언더파 259타로 개인 최저 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가 34언더파를 쳐 우승했지만, 스미스가 워낙 잘 쳤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단 39명의 선수만이 경쟁하는데 같은 페덱스컵 점수와 더 큰 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정말 큰 기회다. 새해 첫 대회 우승으로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게 가장 기쁘다.”

선두에 7타 뒤진 채 출발하고도 역전했다. 어떤 마음이었나.
“우승하려면 작은 기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선두 그룹에 있던 모리카와가 버디를 해 9타 차이까지 밀리고는 정말 큰 기적이 필요했다. 모리카와가 보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1~3라운드처럼 경기했다면 내가 10타를 줄였더라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19 사태 때 불운과 행운이 교차하는 경험을 통해 늘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람은 스페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아마추어 대회 11승을 거두었다. 최우수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벤 호건 상을 2년 연속 받았다. 1990년 제정된 이 상을 두 번 받은 선수는 람뿐이다. 

엄청난 장타를 앞세워 프로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던 람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2017년 US오픈 2라운드에서 칩샷 실수로 보기를 하고는 욕설을 내뱉고 웨지를 패대기치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 공개됐다. 이후에도 툭하면 비슷한 사고를 쳐 ‘실력은 좋은데 인성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람은 2019년 12월 결혼하고 2021년 4월 첫아들을 낳으면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람은 2021년 6월 초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를 6타 차 선두로 끝내고는 ‘코로나19에 확진됐으니 기권하라’는 통보를 받고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2주 뒤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고 출전한 US오픈에서 마지막 두 홀 버디를 잡으며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을 1타 차로 제치고 첫 메이저 우승을 거뒀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 잡았던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을 놓치고 격리하는 동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계속 애썼다. 억울해하거나 남 탓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매년 목표를 정한다. 내가 바라고 세운 목표들을 모두 이룰 수는 없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골프의 세계에서는 생각하던 만큼 우승하지 못하면 안 좋은 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골프는 매우 어려운 스포츠다.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받는 타이거 우즈도 출전하는 대회의 20~30% 정도에서만 우승할 수 있다. 골프는 자신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 참 다양하기 때문에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올해는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싶고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지난해 그 점이 가장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스페인 팬들에게 올해는 그 선물을 주고 싶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US오픈에서 공동 12위에 올랐다.
“참 아쉬웠다. 마지막 라운드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여러분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에 스윙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전보다 뭔가 스윙이 부드럽지 않고 편안하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정말 모든 부분이 정점을 찍어야 하는데, 그런 상태로 메이저 대회에 가니 실수로 이어지고 결과로 나타났다.”

샷은 좋은데 퍼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많은 사람이 내 퍼트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나 그린 적중률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까. 하지만 내가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 남은 평균 퍼트 길이가 전보다 길어진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홀까지 남은 거리가 길어졌으니, 당연히 퍼트 기록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자주 ‘퍼트감은 좋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였다. 퍼팅이 좋아지려면 홀에 더 가까이 붙일 수 있도록 다른 샷을 가다듬어야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실제 보이는 점수와는 별개로 나는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가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재정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 나는 큰 변화를 주는 타입이 아니다. 기본 스윙 메커니즘은 유지한 채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다. 그게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다.”

대회 일주일 전에 도착해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겨울 휴가 시즌에 두 아이와 함께 잘 지냈다. 큰아들 케파는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날이라는 걸 이해하는 눈치다. 아들의 시점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니 더 행복했던 것 같다. 투어 생활에는 항상 이런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하와이에 조금 더 일찍 도착해 가족과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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